미아동엔 텍사스가 없다?…주민들 '노이로제'

  • 입력 2005년 4월 1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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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동 처녀들이 시집도 못 가게 생겼어요."

서울 강북구 주민자치연합회 최연호(58) 회장은 최근 성북구 하월곡동 집창촌 화재사건과 관련해 언론과 사람들이 집창촌의 명칭을 '미아리 텍사스'로 부르는 통에 미아동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 미아동은 성북구가 아닌 강북구에 있으며 집창촌과는 직선거리로 최소 2㎞ 이상 떨어져 있다.

최 회장은 "미아동에는 정작 집창촌이 없는데 수십 년간 관용적으로 미아리 텍사스란 말을 써 지금까지 미아동의 이미지가 말이 아니다"며 "최근 화재사건으로 매일 같이 미아리 텍사스 얘기가 나오면서 주민들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주민자치연합회는 이번 화재사건과 무관하게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언론 등에서 미아리 텍사스라는 말을 쓰지 말 것을 요구하는 주민 서명운동을 벌여 지금까지 10만6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주민들은 4일 오전 주요 언론사를 방문해 이 같은 뜻을 전할 계획이다.

'미아리 텍사스'란 말은 과거 미아동이 경기 양주군 숭인면 미아리였을 때 미아리로 넘어가는 고개 옆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경찰은 '집창촌'이라는 용어 역시 '집결지'라는 말로 대체해 줄 것을 언론 등에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윤락가나 창녀촌 등 기존 용어를 순화하려고 집창촌이라는 말을 썼는데 최근 여성계에서 집창촌이란 용어 역시 종사여성들의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 집결지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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