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셴코 ‘다이옥신 중독’ 파장…“독극물 고의투여 의심”

  • 입력 2004년 12월 12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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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야당 후보인 빅토르 유셴코 씨의 얼굴 변형이 다이옥신 중독으로 인한 것이라는 의료진의 공식 발표가 11일 나왔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검찰이 독살 기도설에 대한 전면 수사에 착수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BBC 인터넷판은 12일 사건 전말을 상세히 보도했다.

유셴코 후보 독살설이 처음 불거진 것은 9월 초. 9월 5일 저녁 유셴코 후보는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이호르 스메쉬코 국장, 볼로디미르 스타시우크 차장과 함께 식사를 한 직후 복통과 함께 얼굴 피부가 상하고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기 때문.

다음날 곧바로 병원을 찾은 유셴코 후보는 의료진으로부터 식중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유셴코 후보의 정적(政敵)들은 그가 상한 초밥과 함께 너무 많은 코냑을 마셔서 그럴 것이라며 그의 음주벽을 은근히 꼬집었다.

하지만 증상은 갈수록 심해졌다. 9월 10일 오스트리아 빈의 루돌피너하우스 병원을 찾았을 때 영화배우 뺨치던 미끈한 외모는 이미 50대 장년의 우둘투둘한 피부로 바뀐 상태였다.

치료를 맡았던 의사들은 폐와 췌장, 장이 부어있고 소화기 계통이 궤양으로 덮여 있었던 점에 주목해 유셴코 후보의 질환을 ‘세포부종 변질에 따른 급성췌장염’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히지 못했다.

일주일 뒤 의료진의 충고를 무시한 채 선거 캠프로 돌아간 그는 9월 21일 의회에서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며 당국이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셴코 후보와 식사를 같이했던 스메쉬코 국장에게 의혹의 눈길이 쏠리자 스메쉬코 국장은 “SBU 명예가 걸린 문제”라며 이번 사건을 공식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정확한 질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자 루돌피너하우스 병원은 해외 전문가들에게 혈액 및 세포조직 샘플을 보내 의견을 구했다. 해외 전문가 답변을 받은 루돌피너하우스 병원 측은 11일 ‘다이옥신 독살 기도’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러시아 보건부 독극물정보센터의 유리 오스탈렌코 소장은 같은 날 “다이옥신 중독 증세는 1∼10년 후에야 나타날 뿐 아니라 공기나 땅 등을 통해 쉽게 접촉될 수 있는 환경 호르몬이어서 독살 기도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다이옥신▼

염소 화합물이 포함된 물질이 가열될 때 생성되는 환경호르몬의 일종. 베트남 전에서 미군이 사용한 고엽제의 주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중독되면 피부 변형은 물론 미각과 후각 상실, 우울증, 분노, 유전자 변화, 간 손상, 면역 및 신경체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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