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무풍]강남의 ‘스타 가게’… “3가지가 남달라”

  • 입력 2004년 11월 23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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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지하상가는 평일 오후 3시 무렵에도 사람들로 북적댄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는 주부 서갑순씨(63)는 “근처에 살다가 이사 간 지 4년 됐는데 아직도 떡이나 야채를 사러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독특한 경영 노하우로 불황을 슬기롭게 넘는 가게들이 있다. ‘소비 1번지’인 서울 강남에서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은 은마 지하상가와 타워팰리스 지하의 스타슈퍼를 찾아가 ‘경영 비법’을 비교해 봤다.》

▽품질 보장은 기본=은마 지하상가는 강남에서 드물게 재래시장 분위기를 옮겨놓은 곳이다. 떡집, 반찬가게, 야채가게, 분식집 등 150여개의 가게가 있다. 형태는 재래시장 같지만 품질만은 ‘백화점급’으로 갖춰 단골손님이 유난히 많다.

은마 지하상가 최고의 ‘스타 가게’인 ‘총각네 야채가게’는 맛과 신선도를 보장하기 위해 매일 새벽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채소와 과일을 일일이 잘라보고 맛본 뒤 제품을 가져다 놓는다.

과일 전문점 ‘신세계 과일’은 지방의 농협 창고와 계약해서 물건을 가져온다. 주인 김복성씨(53)는 “품질이 보장되는 물건만 사기에 때로 도매시장보다 비싸게 사오고 백화점보다 비싸게 팔 때도 있다”며 “그래도 단골이 많다”고 소개했다.

서울 강남구 은마 지하상가 총각네 야채가게. 권주훈기자

‘은마전’에는 족발, 튀김, 전류를 만드는 ‘전문가’가 각각 따로 있다. 튀김을 만들다 족발을 썰어서는 제 맛을 내기 힘들다는 게 주인 윤현주씨(57)의 말.

인근 스타슈퍼는 백화점보다 한 단계 위의 품질과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강남 최고가(最高價) 슈퍼마켓이다. 이곳은 일본, 유럽, 미국 등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소스나 향신료가 잘 갖춰진 곳으로 유명하다. 유기농 김치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들여놓은 곳도, 얼음물에 급랭시킨 신선한 멸치를 처음 판 곳도 이곳이다.

강남 은마 지하상가 아침바다. 권주훈기자

▽상품 외에 다른 것도 준다=성공하는 가게들은 ‘특별한 무언가’를 더 준다.

은마 지하상가 생선가게 ‘아침바다’의 황혜숙씨(47)는 조리사 자격증 소지자로 생선을 팔 때 요리방법까지 함께 알려준다. 갈치를 사면 “처음에는 무를 깔고 양념장을 반만 넣고 조린 뒤 무가 익으면 갈치를 올리고 남은 양념 반을 넣고 끓여야 한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20년째 ‘은마낙원떡집’(www.ddeokbang.co.kr)을 운영 중인 김애자씨(51)는 “떡에 건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설탕을 되도록 적게 넣은 흑미떡, 호박떡, 쑥떡 등이 이 집의 대표 상품.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 지하의 스타슈퍼. 사진제공 스타슈퍼

▽유행을 이끌어라=스타슈퍼는 먹을거리 유행의 산실이다. 친환경 야채, 유정란 등은 스타슈퍼를 통해 각지로 폭발적으로 퍼져나갔다. 이곳에서 처음 팔았던 1.5L에 1만5000원인 ‘심층해양수’가 인기를 끌면서 비슷한 종류의 각종 해양수가 나왔으며 화장품 등 다른 상품으로 응용되기도 했다.

은마 지하상가의 떡집들이 파는 어른 손가락 두세 개 굵기의 ‘말이떡’(1000원)은 들고 먹기 좋아 직장 여성들 사이에 인기 있는 아침밥 대용식이 됐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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