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싸늘한 가족’ 이선민씨 사진전

  • 입력 2004년 11월 16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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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작 ‘이영숙의 집-추석풍경’(2004년).
이선민 작 ‘이영숙의 집-추석풍경’(2004년).
사진작가 이선민씨(36)는 가족 속 여자들의 일상을 찍는다. 이번 ‘여자의 집 Ⅱ’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명절, 제사, 생일 등에 모인 여러 연령층의 여자들이거나 아니면 할머니와 함께 사는 가족 속의 여성들이다. 작가는 그러나 피폐한 여성의 삶에 앵글을 들이대지 않는다. 작가는 ‘여자’를 소재로 현대사회의 변화된 인간관계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다.

사진 속 인물들의 시선은 서로 딴 곳을 향해 있다. 아이들은 할머니에 주목하지 않고 텔레비전에 몰두하고 있으며, 할머니 역시 손자 손녀를 향한 따뜻한 시선 대신 멀리 벽만 바라본다. 명절음식을 준비하건, 마루에 앉아있건, 사진 속 여성들 사이에는 ‘가족’이라는 둥지로 묶인 친밀한 결속 같은 게 보이지 않는다. 딸도 며느리도 어머니도 할머니도 누구에게 의지하거나 상대방의 관심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의 사진이 보여주는 여성들은 혈연에 대한 무조건적 애착이나 위계질서를 존중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있는 듯하다. (최봉림·사진평론가)

그리하여 전통적 가족관과 인간관계의 해체를 아프게 확인하면서도, 차갑지만 이성적인 현대적 가족관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12월1∼7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룩스. 02-720-8488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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