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의 건강파일]<7>프로기사 조훈현

  • 입력 2004년 4월 25일 17시 24분


코멘트
프로기사 조훈현씨는 평소 아끼는 삽살개 두 마리를 이끌고 동네 산책을 자주 한다. 보기에도 묵직한 개들을 앞세우고 다니다 보면 이마에 땀이 맺힌다. 권주훈기자 kjh@donga.com
프로기사 조훈현씨는 평소 아끼는 삽살개 두 마리를 이끌고 동네 산책을 자주 한다. 보기에도 묵직한 개들을 앞세우고 다니다 보면 이마에 땀이 맺힌다. 권주훈기자 kjh@donga.com
《한국 바둑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누굴까. 10명 중 9명은 틀림없이 조훈현씨(52)를 꼽는다. 그래서 그는 대국 성적과 관계없이 ‘영원한 국수(國手)’라 불린다. ‘조훈현’하면 어떤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릴까. 틀림없이 손가락에 담배를 끼고 바둑판을 응시하는 모습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씨는 담배를 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보란 듯이 성공했다. 북한산을 등에 진 그의 집에서 그를 만났다. 》

○ ‘20년 친구’ 담배와 결별

1973년 군대에서 처음 담배를 입에 물었다. 남자들은 안다. 50분 훈련 뒤 ‘10분 휴식’ 시간에 담배의 유혹은 마약과 같다는 것을….

“왠지 손해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동료들의 담배 피우는 모습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죠.”

그로부터 24년간 담배를 피웠다. 대국 때는 앉아서 서너 갑을 비웠다. 이렇게 하루에 3∼5갑씩, 얼추 3만갑 이상을 소비했다. 담뱃값으로 들어간 돈만도 수천만원이다.

TV 드라마 ‘올인’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차민수씨를 만나러 96년 미국에 간 적이 있다. 그와 차씨는 오랜 친구 사이다.

당시 20일간의 미국생활은 ‘스트레스’ 그 자체였다. 차씨는 친구라고 봐주지 않았다. 차씨의 집은 금연구역. 그는 집 밖에서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웠다. 이러면서도 피워야 하나….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는 금연을 결심했고 단번에 성공했다. 금연초 광고 모델을 한 적이 있다. 효과를 물었다.

“금연초가 특효약은 아닙니다. 담배를 물고 싶은 욕구를 해소해 줄 뿐이죠. 물론 ‘내가 담배를 끊고 있다’는 심리적 위안을 얻을 수는 있겠죠.”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도 금연초의 약효에 기대지 않았다. 1주일 만에 금연초를 중단했다. 금연 후 3∼4일째가 가장 고비였다.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도 심한 금단현상은 없었다. 정신적 여유는 일주일이 지나서야 되찾았다. ‘이제 끊었다’는 생각은 한달이 지나서야 들었다.

○ 담배 끊은후 몸살증세 사라져

담배를 피울 때까지만 해도 1년에 한 번씩은 병원에 실려 갈 정도로 심하게 아팠단다. 대국 때는 모르지만 집에 돌아오면 기진맥진했다.늘 머리가 아프고 연기가 가득 찬 느낌이었다. 감기 몸살과 고열도 잦았다.

담배를 끊고 나니 이 모든 증세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잠기고 부었던 목도 가뿐해지고 머리도 맑아졌다.

그러나 체중이 5∼10kg 불었다. 입안이 텁텁하다보니 군것질을 많이 하게 된 것이다.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가 선택한 운동은 등산과 산책. 집 뒤로 난 길을 따라 북한산을 자주 오른다. 산이 좋아서? 그건 아니란다. 간섭 안받고 움직이기 위해서다. 얼핏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의 운동철학을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바둑은 정신세계 그 자체입니다. 명상이 따로 필요 없죠. 그래서 프로기사들은 가볍게 움직이는 운동을 주로 합니다. 가장 합리적이죠.”

그는 주말에 행사가 많기 때문에 평일 등산을 한다. 늘 혼자다. 때로는 자연에 빠져들면서 1분 걷다가 2분 쉬고, 때로는 생각을 정리하면서 쉬지 않고 달음질하듯 걷는다. 그렇게 10년 넘게 산을 다녔다.

평소 그는 삽살개 두 마리를 앞세우고 동네 주변을 30∼40분 산책한다. 그게 무슨 운동이 되겠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황소만한 개 두 마리를 데리고 다녀보세요. 장난 아닙니다. 땀이 뚝뚝 떨어진다고요.”

기자는 개를 직접 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전문의 평가…금단증세, 운동으로 극복 바람직▼

연초 금연을 결심했던 많은 사람이 담배의 유혹에 무너지고 있다.

금연에 이르기까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충격요법. 흡연으로 인한 각종 질환과 못 쓰게 된 장기의 모습을 알려 혐오감을 주는 방법이다. 금연 결심을 쉽게 하는 반면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최환석 교수가 제안하는 것은 행동과학적인 방법. 흡연을 질병으로 생각해 원인과 유형을 조사하고 그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이다. 준비를 얼마나 철저히 하느냐가 금연 성공의 열쇠가 된다. 주변에서 담배와 성냥, 라이터, 재떨이 등을 치우는 것은 기본이다.

금연 성공은 흡연충동과 니코틴 금단증상을 다스리는 데 달려있다. 니코틴 금단증상은 대부분 3∼4일까지가 가장 심하고 이 시기를 넘어서면 줄어든다. 사람에 따라 10∼14일 후에 다시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금단증상은 불안과 초조, 수면장애, 집중력 장애, 공복감, 손 떨림, 심박수 증가, 어지러움, 두통과 피로, 땀 등이다. 몸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이완요법이나 운동으로 극복하는 게 좋다. 흡연충동은 금단증상이 사라지는 것과 함께 줄어들게 된다.

조훈현씨처럼 한 번에 도전해서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은 드물다. 한 연구에 따르면 4, 5번째 도전에서 금연 성공률이 높다고 한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