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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비하발언 파문]北, 한때 통일부직원 신병인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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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비하발언 파문]北, 한때 통일부직원 신병인도 요구

입력 2004-04-04 18:44수정 2009-10-0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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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금강산 온정각에서 열린 제9차 이산가족 2진 작별상봉에서 버스에 탑승한 북측 가족들이 남측 가족들에게 재회를 기약하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금강산=박경모기자

통일부 사무관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비하 파문은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이 3일 이산가족 참가자에게 공식 사과하면서 일단락되고 있다. 통일부 조건식(趙建植) 차관 역시 이날 강원 속초시를 방문해 이산가족이 탄 버스에 올라 직접 사과했다.

그러나 파문 직후 정부가 고령의 이산가족 486명을 2시간 이상 버스에서 기다리도록 하는 등 미숙하게 대처했다는 비판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비하 파문은 통일부의 한 사무관이 2일 금강산의 김정숙휴양소에서 북측 관계자와 점심을 먹으며 나눈 대화가 발단이 됐다. 이 사무관은 금강산 치마바위에 글자당 높이 30∼35m가량으로 새겨진 ‘천출명장 김정일 장군’이라는 문구를 거론하면서 “남쪽에서는 천출이라는 말에 (하늘이 냈다는) 천출(天出) 이외에도 (천한 출신이라는) 천출(賤出)이란 뜻도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 이야기를 들은 북측 연락관은 오후 2시반경 2층 식당에서 곧바로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가 평양 당국에 보고했다. 천출명장이란 표현은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 김정일 위원장에게만 사용되는 최고의 호칭이다.

북측은 곧바로 내부토론을 시작해 오후 4∼6시로 예정된 삼일포 나들이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3시부터 버스에 올라탔던 이산가족은 이때부터 영문도 모른 채 5시20분까지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정부는 남측 기자단에 오후 5시 이런 사정을 설명했다.

북측은 남측 당국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면서 한때 “발언 당사자는 남쪽으로 못 내려간다”며 신병인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은 “문제의 발언이 오해의 소지는 있지만 행사 진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 않으냐”며 조기해결을 요구했다.

남측은 저녁식사 후 평양 모란봉교예단의 공연을 관람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북측은 이를 거부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비하’발언의 소재가 된 금강산 치마바위의 ‘천출명장 김정일 장군’ 문구. -금강산=박경모기자

이산가족은 오후 7시15분 저녁식사를 마친 뒤 숙소인 해금강호텔로 돌아왔고 통일부측은 8시∼9시반 객실을 돌면서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일부 남측 가족은 “1분이라도 노모를 더 봐야 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남북간 협상이 지체된 데는 통신문제도 한몫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청문제 때문에 보안팩스를 이용해 금강산 행사장-해금강호텔-서울 상황실을 거쳐 가며 필담하듯이 지시를 받았다.

이후 남북은 밤샘협상을 거듭한 끝에 이튿날 오전 7시 남측이 “사건이 발생한 점은 유감스럽다.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북측에 전달하는 선에서 사태를 수습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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