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이슬람교도 ‘라마단’ 묘비 발견

입력 2004-03-29 18:45수정 2009-10-05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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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발견된 고려인 이슬람교도 라마단의 묘비. 가운데 새겨진 아랍문자 좌우엔 한자로 작게 쓰여진 기록이 보인다. -사진제공 박현규 교수
14세기 중국 원나라 유적에서 이슬람교도였던 고려인의 묘비가 발견됐다.

순천향대 박현규(朴現圭·46·한중문화사) 교수는 27일 충북대에서 열린 한국중국문화학회 2004년 춘계정기학술회의에서 ‘고려인 이슬람교도 라마단(剌馬丹) 묘비’라는 논문을 통해 이를 소개했다.

묘비가 발견된 곳은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 이슬람교도 묘역인 청진선현고묘(淸眞先賢古墓) 부근. 1985년 7월부터 도시 확장공사를 하던 중 이 지역에서 유물이 발굴돼 일반에 공개됐는데 국제학술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했던 박 교수가 소문을 듣고 광저우 박물관에서 그 복제품과 사진자료를 확인했다.

묘비는 높이 62cm, 폭 42cm, 두께 6.2cm 크기로 정면에는 이슬람 경전인 ‘코란’ 제2장 255절을 인용한 아랍어가 크게 새겨져 있고, 좌우측에는 한자가 작게 새겨져 있다. 라마단이 고려인임을 알 수 있는 기록은 우측면의 한자기록에 나온다.

‘대도로 완평현 청현관 주인인 라마단은 고려 사람이다. 나이 38세다(大都路宛平縣靑玄關住人, 刺馬丹, 系高麗人氏. 年三十八歲·대도로완평현청현관주인, 라마단, 계고려인씨. 연삼십팔세).’

전체 비문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1312년(고려 충선왕 4년)에 알라웃딘의 아들로 태어난 라마단은 북경(北京) 남쪽의 청현관(靑玄關)이란 저택에 살다가 1349년(고려 충정왕 1년) 광서도(廣西道) 용주(容州) 육천현(陸川縣)을 다스리는 다루가치(達魯花赤·지방통치관)에 임명됐다. 그해 3월 22일 숨졌다.’

박 교수는 “다루가치는 원나라에서도 지배계층인 몽골인과 유색인만 맡았다는 점에서 라마단의 집안이 상당한 명문가임을 짐작할 수 있다”면서 “이 비문은 당시 고려인이 이슬람교도가 될 정도로 이슬람문화 유입이 왕성했음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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