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입조심할 사람은 盧”vs “남 비난말고 자기 반성을”

  • 입력 2003년 12월 31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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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을 겨냥한 야권의 공세가 한층 거세졌다. 청와대가 지난해 12월 30일 노 대통령이 측근비리에 개입됐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비판하고 야당의 공세를 맞받아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야권은 특히 노 대통령이 장차관급 인사들과의 만찬석상에서 노 캠프와 한나라당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한 ‘티코와 리무진’ 발언을 문제삼았다.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청와대의 하급 참모가 그런 말을 했더라도 용인하기 어려운 말투”라고 비판했고, 홍준표(洪準杓) 전략기획위원장은 “노 대통령이 당선 이후와 당선 이전 유력한 후보 시절에 받은 돈은 명백한 뇌물로 죄질이 훨씬 나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티코 발언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겠다고 선언한 대통령의 도덕적 불감증, 준법의식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며 “지난 대통령선거는 걸어가는 선거였는데 티코나 리무진을 탄 게 다 잘못 아니냐”고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노 대통령이 채무변제로 쓴 선거자금 2억5000만원에 대해 반환소송을 추진하는 등 법적 대응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병완(李炳浣)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야당과 언론에 대해 ‘말조심’ ‘글조심’을 하라며 공세를 취한 것과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검찰 수사 결과를 비판한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김경재(金景梓) 상임중앙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을 옹호하기 위해선 무슨 일이라도 벌이는 문재인, 이병완 두 수석을 바꾸지 않고는 청와대가 새로운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고 두 사람의 경질을 요구했다. 김영환(金榮煥) 대변인도 “두 수석의 발언은 협박정치”라고 가세했다.

한나라당 박진(朴振)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대한민국이 야당과 언론을 노골적으로 탄압하는 독재국가냐”고 되물은 뒤 “정작 입조심해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노 대통령 자신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거짓말로 측근비리를 은폐하고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며 측근비리 특검까지 거부한 노 대통령은 당연히 탄핵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홍보수석은 지난해 12월 31일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며 “야당은 남을 비난하기보다 자신들의 허물을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재반박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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