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폭로 내용]“돈쓴 흔적만 있고 출처없는 怪자금”

  • 입력 2003년 12월 31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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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조순형 대표(가운데)가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측이 쓴 불법 선거자금 42억원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폭로했다. -김경제기자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운데)가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측이 쓴 불법 선거자금 42억원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폭로했다. -김경제기자
민주당이 2002년 대선 직전 노무현(盧武鉉) 후보측이 42억1900만원의 불법 자금을 지구당특별지원금으로 추가 사용했다고 지난해 12월 31일 폭로함으로써 이 문제가 대선자금 정국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명헌(崔明憲) 당불법대선자금특위 위원장측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특별지원금 명세가 담긴 장부를 공개했다. 본보 기자가 육안으로 직접 확인한 문제의 장부는 A4용지 36쪽 분량으로 지구당특별지원금 지급명세가 수기(手記)로 상세히 기록돼있다. 이 장부를 보면 대선 직전인 2002년 12월 10일부터 16일까지 모두 6차례, 날짜가 명기되지 않은 2차례를 포함해 모두 8차례에 걸쳐 42억1900만원이 각 지구당에 전달됐음을 알 수 있다.

2002년 12월 10일에는 부산과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구에 14억6000만원이 지급됐고, 11일부터는 인천 경기 서울 대전 등 권역별로 나눠 ‘실탄’이 분배됐다. 또 각 지구당에 돈이 한꺼번에 전달되지 않고 500만∼700만원씩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부의 맨 앞장에는 ‘선대위 조직본부’라는 글자가 명기돼 있어 당시 선대위의 공식라인이 돈의 배분에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열린우리당 김원기 공동의장(오른쪽)이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상임중앙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당의 대선자금 42억원 발견 폭로에 대해 근거 없는 자료로 정치권을 혼란스럽게 한다고 반박했다. -김경제기자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각 지구당에 지급한 지원금 액수와 수령자의 서명이 수기로 표시돼 있는 점이다. 공직선거법 제127조는 ‘정당 또는 후보자의 회계책임자는 모든 선거비용의 수입과 지출을 관할 선관위에 신고한 예금계좌를 통해서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일 노 후보측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구당특별지원금을 배분했다면 각 지구당의 공식 회계용 예금계좌를 통해 지급했어야 한다. 또 해당계좌에 특별지원금 명세가 고스란히 남아있어야 한다. 번거롭게 각 지구당에서 사람이 와서 자금을 수령하고 ‘서명’까지 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셈이다.

또 지출명세만 있고 수입명세가 없다는 것도 이 장부가 불법선거용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만일 이 장부가 선관위에 신고됐어야 할 명세서라면 수입과 지출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돈의 출처에 대한 몇 가지 제보를 접수하고 이를 확인 중이다.

최 위원장의 한 측근은 “열린우리당이 급하게 대선 관련 장부를 가져가다가 하나를 빠뜨리고 갔다”며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이 돈은 당이 선관위에 신고한 대선자금과는 별도의 불법자금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월 중 문제의 장부를 전면 공개하거나, 노 후보 측근비리 특검팀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문제의 이 돈을 “정상적으로 지급된 지구당 지원금의 일부”라고 해명하고 있다. 따라서 당시 중앙당과 지구당의 선관위 지정 계좌만 확인해 봐도 그 진위가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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