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의 새해 투자일기]IT-내수주가 뜬다는데…

  • 입력 2003년 12월 31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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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다. 올 한해 ‘투자 농사’는 어떻게 지을까. 투자 계획을 잘 짜서 현명하게 돈을 굴리면 연말에 수익률을 작년보다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또 누가 알아? 짭짤한 수익으로 목돈을 만들 수 있을는지? 신이여 도와주소서∼.

그래도 작년 한 해 투자에 대한 ‘감(感)’을 익혔으니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실전에 나설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생각해 보면 새삼 돈을 굴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예금통장에만 돈을 갖다 붓던 내가 드디어 새로운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하긴 당시에는 금리가 너무 낮아져 마냥 돈을 은행에 쌓아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종합주가지수가 500 초반까지 내려갔을 때 너무 싸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평소 투자 상담을 해주던 은행 지점장이 “주식투자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짜라”고 권유했을 때는 좀 겁이 났다. 피땀 흘려 번 돈을 까먹으면 어떻게 하지…. 결과적으로 주식형 펀드를 산 것은 올해 가장 잘한 투자 결정이었다. 8월까지 수익률이 50%에 이르렀으니까.

8월 주가가 700을 넘나들 때에는 정말 고민이 됐다. 주가가 더 이상 싼 수준은 아니었지만 증시를 외면할 수도 없었다. 주식형 펀드에 추가로 넣은 돈은 현재 수익률이 15%. 음… 이 정도면 괜찮다. 금리보다는 훨씬 높은 데다 차익은 세금도 내지 않으니 왠지 돈을 더 번 것 같은 기분이다.

후회되는 부분도 있다. LG카드 후순위 전환사채(CB)를 대출까지 받아서 샀는데 몇 달 뒤 3분의 1 수준으로 값이 떨어졌다. 회사측에서 안정적이고 수익률도 좋다고 떠들더니만 결국 속은 셈이다. 우리 같은 개미투자자가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화가 난다. 앞으로는 좀 더 꼼꼼히 정보를 따져봐야겠다.

그래도 처음 투자한 것치곤 잘했으니 작년 투자 성적표는 90점까지 주고 싶다.

올해는 나름의 투자원칙을 정했다. △나의 투자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짤 것 △경제기사를 꼼꼼히 읽고 관심 있는 정보를 모아둘 것 △여유자금 외에는 건드리지 말 것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 △단기 수익률에 좌지우지 흔들리지 말 것 등이다.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보니 일단 올해 상반기에 주가는 조금 더 오를 것 같다. 며칠 전 읽어본 한 증권사 보고서에도 “경기 회복과 리스크 감소 등으로 주가와 금리는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하더라. 그렇다면 금융 공부도 할 겸 소액으로 주식투자를 직접 해볼 생각이다.

IT와 내수주가 뜬다는데 일단 주목해서 봐야 할 것 같다. 수출 많이 하는 기업도 좋다던데…. 치고 빠지는 하루살이 투자 말고 튼튼한 기업 잘 골라서 자식 키우듯 지켜볼 거다.

그래도 속 편하게 투자하려면 나머지 돈은 전문가가 굴려주는 펀드에 넣는 게 낫겠지. 은행에서 일하는 친구는 주식형 간접투자 상품에 50%, 은행 확정금리 예금에 30%, 신탁상품 등에 나머지를 넣으라고 권했다. 간접투자를 할 때는 장기적으로 보고 조금씩 돈을 적립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술 먹는 데 돈 쓰면 뭐해? 조금씩이라도 아껴서 부으면 노후가 편하다 생각하고 유혹을 이겨낼 것이다.

7년 이상 적립해야 하는 은행의 장기주택마련저축은 비과세에 소득공제 혜택까지 있으니 적립할 맛도 난다.

작년 하반기 인기가 확 올랐던 주가연계증권(ELS)은 어떨까 싶다. 올해 증시가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신중한 전망도 있으니 원금보장형 상품에 안전하게 투자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겠지. 요즘에는 수익을 낼 때까지 6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ELS도 있고 종류도 다양한 것 같다.

참, 그러고 보니 올해 자산운용법이 시행된다. 파생상품이나 부동산은 물론 금이나 그림 같은 실물로도 펀드 투자 대상이 넓어진다니 선택의 폭은 더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 기대된다.

부동산 투자는 일단 지켜볼 생각이다. 작년에 친구들이 사는 아파트 값이 하루에 1000만원씩 올라간다고 할 때는 진짜 배가 아팠다. 지금은 부화뇌동하지 않기를 잘했다 생각한다.

아… 계획대로만 된다면 한 번쯤 해외로 가족 여행을 가고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과외 공부도 실컷 시켜줄 여유가 생길 수 있을까. 올 연말에 쓰는 투자 일기에는 투자 성적을 100점으로 매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정리=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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