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한민국 다시 일어서자

  • 입력 2003년 12월 31일 17시 08분


코멘트
갑신년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나라와 국민 앞의 현실은 가시밭 지뢰밭이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경제와 민생을 순항궤도에 올려놓기에는 불안요인이 널려 있고 악순환을 타개할 돌파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북한 핵문제, 한미동맹 및 협력관계의 변질 등 안보 외교 상황의 긴장도 걷히지 않고 오히려 부담 증대가 우려된다. 이런 난제들에 총력 대응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은 무능할 뿐 아니라 도덕성 상실로 리더십을 잃은 가운데 갈등과 대립만 증폭시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더불어 잘사는 나라’가 아니라 ‘다 함께 꿈을 접는 나라’로 추락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國運의 갈림길에 섰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우리 한국인은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지금 주저앉으면 두고두고 자기비하를 하지 않을 수 없고, 변변치 못한 코리안으로 세계로부터 외면당하며 부끄러움과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국가적 국민적 방황을 하루빨리 끝내고 스스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꿈을 이루어야 한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고, 하나 됨의 위력을 올림픽과 월드컵에서 경험한 우리다.

국운(國運)의 갈림길에서 모두 냉철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 주변과 정치권의 비리는 그것대로 법에 따라 처리하되, 나라 전체와 경제가 온통 이 문제에 휘말려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검찰과 특검은 불법 선거자금과 권력형 비리의 진실을 불편부당(不偏不黨)하게 밝혀내고, 당사자들은 법과 유권자의 심판에 따라야 한다. 노 대통령은 형사소추는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를 통해 부패정치의 필연적 대가를 정치권과 국민이 함께 확인하면서, 돈 정치와 정경유착의 질긴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제도와 관행을 창출해야 한다. 이 과정과 결과야말로 무너진 국기(國基)를 다시 세우는 첫걸음이다.

▼國基를 바로 세워야 한다▼

지난해 우리가 잃어버린 가장 중요한 것은 국기였다. 법제도와 원칙과 질서를 무너뜨리고, 불법과 비리를 서로 비난하면서 함께 저지르고, 힘겨루기로 선악을 가리는 억지를 상식인양 만들어버렸다. 특히 정권 입법권력 정책권력은 권위주의를 청산한 것이 아니라 법의 권위를 흔드는 데 앞장섬으로써 법과 원칙에 승복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부추겼다. 법치(法治)와 자본주의 시장논리를 경시함으로써 경제의 불확실성도 더욱 키웠다. 권력과 정치권이 힘과 여론몰이에 의존하기보다 법에 따르고 법의 권위를 지켜냈더라면 불법 집단행동과 이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줄이고 경제의 활력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떼쓰기와 편가르기 코드가 아닌 법치를 통해 국가질서를 다시 세우고, 헌법의 기본인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살려내야 한다.

4월의 17대 총선은 국가적 고비다. 선거까지의 과정과 유권자 선택을 통해 후진적 구태(舊態)정치의 틀을 깨는 획기적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나라 바로 세우기는 또다시 멀어질 것이다. 노 대통령의 책무가 막중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당들의 대오각성과 자기정화(淨化)도 필수불가결하다. 유권자도 이번 총선을 보다 깨끗하고 건강한 신(新)세력을 등장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새해는 국기 다시 세우기와 함께 경제 부활의 전기(轉機)가 돼야 한다. 그야말로 경제는 경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는 갈등과 분열과 정쟁(政爭)의 일대혼란 속에서 국력이 소모되고 경제와 민생의 표류가 방치됨으로써 국가 성장잠재력이 곤두박질쳤다. 수출 하나를 빼고는 정책 부재, 노사 불화, 투자 불발, 고용 불안, 가계 부실, 신용 불량, 소비 부진, 경기 불황, 사회 불만, 미래 불신의 악순환에 휩싸였다.

새 정부의 시작부터 우왕좌왕하지 않고 기업경쟁력과 투자의 촉진에 초점을 맞추어 노사문제에 일관되게 대처하고, 기업에 대한 악성규제를 과감히 털어냈어야 했다. 또 신용위기에 조기 대응했어야 했다. 자유시장주의에 반하는 이념으로 경제를 비틀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저성장, 산업 공동화(空洞化), 일자리 감소, 금융 불안이 이토록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갈팡질팡할 여유가 없다. 경쟁국들은 성장에 가속을 붙이는데 우리만 이러고 있다면 정체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 무한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제 부활에 모두 내 몫을▼

노 대통령과 각 정당은 아무리 총선 승리가 중요하다 해도, 경제만은 더 이상 흔들지 말아야 한다. 득표를 위해 경제논리를 무시하면서 선심정책과 공약을 남발하고 집단이기주의를 부채질해서는 안 된다. 그 짐은 고스란히 경제 전반과 국민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당장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기업과 시장이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 외국자본을 포함한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주요인부터 해소하는 데 정부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해외투자보다 국내투자가 불리한데도 국내에 더 투자하라고 말해봐야 소용없다. 무엇보다도 고부가가치형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는 정책이 급하다.

각 경제주체도 국익의 관점을 잃지 않을 것이 요망된다. 기업은 투명경영과 혁신, 그리고 미래를 위한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노조는 내 몫만을 위한 투쟁과 노동운동의 정치화를 자제해야 한다. 모든 주체가 내 몫을 챙기기 전에 내 몫을 해야 함께 살아남을 수 있다. 나라를 바꾸고 일으키는 힘은 결국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는 갈등과 분열에의 가담자가 아니라 단결과 통합에의 동참자로서 국력 소모를 국력 결집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래서 한국인임이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날을 앞당겨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