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경제인들의 새해 다짐 "땀-열정으로 경쟁력 업그레이드"

  • 입력 2003년 12월 31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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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다. 수출이 20% 정도 늘어나고 경제성장률도 5%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여러 가지 주변 상황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우선 총선을 앞두고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앞설 가능성이 높다. 테러와 통상마찰에 대한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경제 현장에서 새해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다짐은 어느 때보다 힘차다. 이들의 희망과 노력이 있어 올 한 해도 어둡지 않다. 새해를 여는 경제인들의 포부를 들어봤다.》

▼1조대 私募펀드로 증시 활성화 ▼


“올해는 기관투자가들과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많이 사줬으면 좋겠습니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시장의 주인이 내몰려서야 되겠습니까.”

황영기(黃永基·사진) 삼성증권 사장은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수록, 배당이 늘어날수록 외국인들 주머니가 더 많이 불어난다”며 이는 국부유출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금융회사나 기업이 외국인들 손으로 속속 넘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걱정스러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은행 등 공공성이 큰 금융회사가 외국인에게 마구잡이로 넘어가는 것은 문제”라는 게 황 사장의 생각이다.

그래서 올해 말쯤엔 순수 토종자본을 모아 1조원 규모의 사모(私募)주식펀드를 출범시켜 ‘우리 손으로 우리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뜻을 밝혔다.

“증권인으로서 종합주가지수 1000선 돌파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큽니다. 올해는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국민들이 다시 주식투자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더 시급한 과제입니다.”

황 사장은 국민들이 장기적으로 주식투자를 할 수 있도록 증시의 리스크를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은행이나 연기금이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만 있다면 개인들이 좀 더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10만원 이상의 비싼 주식은 액면분할을 통해 개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는 것.

황 사장은 2002년 12월 약정경쟁 중단을 선언했다. 주식 중개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던 수익구조를 자산관리형 영업과 투자은행 업무 등으로 다변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인수합병(M&A)및 공기업 민영화 등 주간사 선정 경쟁에서 외국계 증권사의 독주를 방치하지 않겠다”며 “우리 시장은 우리가 지킨다는 일념으로 맞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한미 민간외교관 역할 더 열심히 ▼

“한국과 미국 사이에 투자협정(BIT)이 맺어지고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나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윌리엄 오벌린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60·보잉코리아 사장·사진)의 새해 다짐에는 지난해 ‘전투적’인 노조로 어려움을 겪은 외국인 투자기업의 바람이 배어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취임한 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국의 투자환경은 아직도 개선돼야 할 것이 많다는 평가다.

오벌린 회장은 “지난해 AMCHAM의 50주년 기념식을 마쳐 올해는 새로운 50년을 시작하는 첫 해인 만큼 어느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한미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미국의 비자 정책 변화로 한국인이 미국 비자를 받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AMCHAM은 주한 미 대사관과 협의해 비자문제를 완화시키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벌린 회장은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려면 노동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한국 정부의 외국인 투자 정책 기본방향은 옳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이 구체적으로 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외국 기업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것과 관련해 “내외국 기업 사이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하지만 외국인투자자가 오려면 투자환경은 더욱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벌린 회장은 “한국 경제는 펀더멘털(기본적 여건)이 튼튼해 올해는 바닥을 지나 확실히 회복될 것으로 보지만 정치적 불안정성이 장기화되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카메라폰 뒤이을 새 아이템 준비 ▼

“후발 주자가 주목을 받으려면 화제를 불러 일으켜야 합니다. 새해엔 또 다른 화제를 만들겠습니다.”

송문섭(宋文燮·51·사진) 팬택&큐리텔 사장은 “올해는 더 이상 카메라폰의 경쟁에 매달리지 않겠다”며 “카메라폰처럼 화제를 일으킬 만한 새로운 아이템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니즈를 창출할 품목을 찾았다는 자신감으로 들렸다.

팬택&큐리텔은 2002년 10월 국내 최초로 33만 화소 카메라폰을 내놓으면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2001년 3월 옛 현대전자 시절 적자가 쌓여 내수를 포기했다가 2002년 9월 다시 판매를 시작한 회사가 1년여 만에 카메라폰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25%로 2위에 오른 것.

송 사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새해는 팬택&큐리텔이 생산과 제조 중심의 회사에서 벗어나 마케팅 중심의 회사로 거듭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뜻밖의’ 선언을 했다.

휴대전화 기술은 이미 보편화 되었기 때문에 승부는 기술이 아니라 ‘얼마나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잘 찾아내고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직원들에게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회사인 나이키와 같은 회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

송 사장은 “추격해 오는 중국 업체들을 따돌릴 수 있느냐는 기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향후 2년 안에 판가름 난다”라며 “이 기간에 기술보다는 마케팅 측면에서 차별화한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팬택&큐리텔은 국내 휴대전화 부문의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14%에서 올해는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수출에서도 초기에는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팔 수밖에 없지만 점차 고급 시장을 겨냥할 계획이라고.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내년 PDP생산 세계1위 도전 ▼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의 생산시간 단축이 올해 최대 과제입니다.”

전자공학도 출신으로 LG전자 PDP사업부를 맡고 있는 김한수(金漢秀·51·사진) 상무는 2001년 5월 국내 처음으로 PDP공장을 가동한 경험을 살려 올해는 최고의 생산성을 꿈꾸고 있다.

올해 7월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PDP 제3공장이 그와 운명을 같이할 동반자.

“1공장은 PDP라는 제품의 생산이 가능한 지를 검증하는 단계였고, 2공장은 생산을 합리화하는 단계였다면 3공장은 최고의 생산효율을 갖춘 공장이 되도록 할 겁니다.”

그는 현재 36시간인 PDP 생산시간을 절반 정도까지 줄일 욕심을 내고 있다.

김 상무는 “기술개발분야를 직접 챙기며 사업을 이끌고 있다”며 “같은 특성을 내면서도 생산시간을 줄일 수 있는 신재료 개발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2005년까지 전 세계 PDP 시장 점유율을 25%까지 끌어올려 세계 1위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상무에게는 2004년이 더욱 중요한 해다. 세계 1위 PDP 기업이 되기 위한 초석을 올해 다져야 하기 때문. 우선 3공장의 가동 시기를 7월로 2개월 앞당긴 만큼 공장의 순조로운 가동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다음 목표는 일본 시장 진출.

“출범초기 유럽시장 판매가 많았고 2003년에는 미주지역 판매가 많았습니다. 올해는 작년에 터를 닦기 시작한 일본 시장에서 꼭 성과를 내겠습니다. 중국 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것입니다.”

그는 “첫 PDP 제품이 나오던 새벽녘의 그 눈물나는 감동을 올해 다시 한번 맛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가족의 건강과 안녕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주택시장 정상화元年 꼭 달성 ▼

“주택시장 정상화와 주거복지체계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건설교통부에서 주택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정창수(鄭昌洙·사진) 주택국장은 새해 주택정책 방향을 설명하며 “주택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춘 지난해 주택정책은 일정 수준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2001∼2002년 전국 집값이 평균 27.9% 올랐고 서울은 무려 38.4%가 상승했지만 지난해에는 상승률이 6%대로 뚝 떨어졌다는 것.

그는 이 같은 결과를 얻은 데에는 지난해 추진된 주택 정책이 투기수요 억제와 주택공급 기반 확충이라는 목표에 어느 정도 부합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정 국장은 특히 지난해 발표된 여러 정책 가운데 ‘9·5 재건축시장 안정대책’과 ‘10·29 주택시장 종합 안정대책’이 큰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주택 정책의 핵심 목표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2004년을 주택시장 정상화 원년(元年)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주택거래신고제, 부동산실거래신고 의무화,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 등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이런 조치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실수요자 위주로 부동산시장 질서가 재편되도록 유도해 나가겠습니다.”

그는 또 주거복지시스템 구축을 위해 국민이 누려야 할 주거기준을 규정한 ‘최저주거기준’을 새로 만들고,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도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정 국장은 “아무쪼록 국민들이 주택 문제 때문에 불편한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며 올해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과 지지를 당부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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