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안시현 “골프 신인왕 미국서 딸래요”

  • 입력 2003년 12월 31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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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기자
김동주기자
골프를 시작한 뒤 새해는 동계훈련을 하느라 늘 낯선 타향에서 맞아야 했다.

올해도 마찬가지. 가족과 멀리 떨어져 한 해를 시작한 것은 똑같다. 이맘때면 늘 가슴 속에 소망 한 가지 정도는 품어 봤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다. 스무 살 성년에 맞는 ‘꿈의 무대’ 미국LPGA투어 진출. 하루라도 빨리 달려가고 싶다.

‘필드의 신데렐라’ 안시현. 지난해를 돌아보면 아직도 두근거린다.처음 출전한 LPGA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안시현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정말 바빴어요. 쉴 시간도 없었으니까요.” 인터뷰와 방송 출연 요청이 밀려들었고 각종 행사에 불려 다니느라 시간을 쪼개야 했다. “전에는 부스스한 얼굴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돌아다녔는데…. 이젠 동네 슈퍼마켓 갈 때도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런 인기를 모두 뒤로하고 안시현은 일찌감치 올 시즌을 대비한 훈련에 들어갔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훨씬 더 험하고 멀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 연말 분위기로 흥청거린 지난해 12월 14일 중국 광둥성 주하이로 전지훈련을 떠나 하루 10시간 가까이 땀을 쏟고 있다. 오전 6시30분에 일어나 오후 10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18홀 라운드와 쇼트게임, 퍼팅 훈련에 야간 웨이트트레이닝. 안시현을 중학교 때부터 지도해 온 정해심 프로는 “요즘처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

그만큼 안시현은 의욕이 넘친다. “미국 무대에 빨리 적응하는 게 중요해요. 현재 250야드 정도인 드라이버 비거리를 20야드 정도 더 늘려야 해요. 몸무게도 3kg 정도 늘려야 하고요.” 지난해 연말 태국으로 훈련지를 옮긴 안시현은 이달 말 일시 귀국한 뒤 곧바로 미국으로 떠나 현지적응에 들어간다. 경험을 쌓기 위해 이번 시즌 거의 모든 대회에 출전할 계획.

안시현의 1차 목표는 신인왕. “지난해 국내 신인왕을 아깝게 놓쳐 속이 상했거든요. 평생 한번뿐인 영광인데 꼭 이루고 싶어요.”

안시현은 ‘신데렐라’라는 별명이 달갑지 않다고 했다. 노력 없이 얻은 것처럼 들린다는 것. ‘깜짝 우승’이라는 말도 싫단다. 대신 ‘안 된다고 포기하지 말자’, ‘노력하면 언젠가 된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 어렵게 운동했기 때문에 나보다 더 힘든 처지의 이웃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안시현. 그의 큰 꿈은 그래서 더 이루어질 것 같다.

“소망은 커야 한다잖아요. 내 이름 석자를 세상에 알릴 거예요.”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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