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아동문학 심사평/우화 형식 독특…구성 완벽

  • 입력 2003년 12월 31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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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량의 응모작들을 꼼꼼히 읽었지만 새로운 소재와 독창적인 내용의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웠다. 반가운 현상은 동시에서 엄마와 아가, 꽃과 나무를 맴돌던 소재가 좀 더 다양해졌고, 요즘 동화의 활성화에 힘입어 동화의 문학성이 높아진 점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전통문화를 다룬 복고풍의 작품이 많아서 불만스러웠다.

동시에서는 소재의 폭이 넓어지고 생활 속의 동심을 담으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그러나 성인시나 아동시에 가까운 작품이 많은 것이 문제점이었다. 다양한 동심의 세계를 참신한 시적 표현으로 담아내기를 바란다.

동화에서는 결손 가정, 장애아 이야기, 친구와 티격태격하다가 화해하는 이야기, 전통문화를 다룬 동화 등이 주류였다. 이제는 이런 틀에 박힌 이야기나 복고풍에서 벗어나 이 시대에 맞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찾아 썼으면 좋겠다. 그리고 왜 이 동화를 쓰는가 하는 뚜렷한 문제의식을 갖고 쓸 것도 당부한다.

최종적으로 논의한 작품은 동시에서 ‘포도밭 일기’(주필숙) ‘솟대’(박예분), 동화에서는 ‘꿈을 안은 보자기’(임수진) ‘그림자 각시와 매화무늬 표범’(조준호)이었다. ‘포도밭 일기’는 깔끔한 작품이었지만 기존 동시와 비슷했고, ‘꿈을 안은 보자기’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매끄러운 문장이 나무랄 데 없었으나 발상과 결말이 상투적이었다.

마지막 남은 두 편은 장르가 달라서 단순하게 비교하기가 어려웠다. ‘그림자 각시와 매화무늬 표범’은 우화의 형식이 독특했고, 동화의 본질에도 충실한 새로운 형태의 작품이어서 참신했다. 문장이나 구성도 완벽했다. ‘솟대’는 전통문화를 다룬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자연스럽고 간결한 표현이 동시의 조건에 알맞았으며, 나무오리의 따스한 마음씨를 말하듯이 친근한 어조와 쉬운 시어로 정감 있게 표현한 좋은 작품이었다. 결국 오랜 논의 끝에 두 편을 공동 당선작으로 올렸다.

강정규 동화작가

이준관 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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