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광우병 통상마찰' 본격화

  • 입력 2003년 12월 30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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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韓美) 양국 간 ‘쇠고기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국 정부가 30일 광우병(狂牛病) 발생에 따른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 완화 가능성을 타진한 데 대해 한국이 불가능하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

두 나라 모두 자국 내 정치적 역학관계나 국민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인 만큼 빠른 시간 안에 입장차를 좁히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단계적인 수출 재개를 바라는 미국=30일 방한한 미 농무부 대표단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산 쇠고기의 수출 정상화를 위해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수출하겠다는 의도를 강하게 내비친 것. 그러나 면담 당사자인 농림부에 와서는 그 강도를 다소 낮췄다. 즉각적인 수출 재개를 요구하기 보다는 광우병 발생 이전에 수출된 물량에 대해 미국 정부가 추가적인 안전성 보장 조치를 취하면 신축적으로 대응해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이 과정에서 문제의 광우병 감염 소가 캐나다에서 수입된 만큼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에 대해 안전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전면적인 수출 재개를 염두에 두고 광우병이 전염병이 아닌 만큼 미국이 원산지인 소는 감염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

통상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 대표단의 움직임을 두고 한국 정부가 조기에 수입 금지 조치를 풀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풀이했다.

이명수(李銘洙)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미국이 이날 수입 금지를 해제해줄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굉장히 중요한 시장 아니겠느냐”고 밝혀 미 대표단의 방한 목적이 궁극적으로 한국 시장을 다시 여는 데 있음을 내비쳤다.

▽국제관례를 들어 예봉을 피하려는 한국=농림부는 앞으로 미국과의 ‘쇠고기 회담’에서 가축 전염병이 발생한 이후 이뤄지는 국제관례를 강조할 계획이다. 특히 지금까지 이 관례를 통해 보이지 않는 ‘무역 장벽’을 쌓아왔던 미국의 ‘이중적 태도’를 끄집어내는 등 공격적인 자세를 보인다는 방침이다.

우선 미국측에 문제의 소가 ‘캐나다산’이라는 국제 검증 절차를 받도록 요구했다. 미국과 캐나다 정부가 공동으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캐나다산임을 결론지은 후 국제수역(獸疫)사무국(OIE)이나 유럽연합(EU)의 최종 확진을 추가로 받도록 한 것.

미국이 지금까지 EU와의 농업 협상에서 광우병이 유럽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며 미국산 소의 호르몬 투여 문제를 비켜가고 있는 태도을 EU측이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대응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일단 수입이 중단되면 개별 사안에 대해 ‘제로베이스’에서 8단계 수입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점도 주지시키기로 했다.

김창섭(金昌燮)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문제의 광우병 젖소가 캐나다산이라고 해서 미국산 쇠고기를 곧바로 수입해야 한다는 것은 국제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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