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경제 운용계획]투자확대 구체적 로드맵 안보여

  • 입력 2003년 12월 30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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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0일 내놓은 ‘2004년 경제운용계획’은 ‘투자활성화와 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성장과 고용’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각론에 들어가면 정부규제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토지규제를 대폭 풀어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당분간 내수(內需) 경기가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예산을 상반기에 앞당겨 집행하는 등 일단 ‘재정의 확장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밝힌 큰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장밋빛’ 계획과 전망이 현실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용창출에 초점=세계 경제의 회복세에 힘입어 내년 수출부문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높은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정부의 경제운용계획에도 내수경기를 살리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10·29대책 이후 안정세를 보이는 부동산시장이나 신용불량자에 묶여 있는 소비부문을 자극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설비투자 회복을 내수경기 회복을 위한 승부처로 정했다. 투자활성화를 지렛대로 일자리를 늘리고 장기적인 성장잠재력도 확충하겠다는 생각이다. 외국인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정부는 서비스업, 중소기업 분야에서 일자리가 늘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비스업에 대해 적용되고 있는 각종 세금, 부담금, 규제들을 없애 나갈 계획이다.

박병원(朴炳元)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1992년 이후 10년 동안 제조업에서는 74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진 반면 서비스업에서는 448만개가 늘었다”며 “청년실업 등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 방침”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로 될지는 의문=정부는 올해 출범 직후인 3월과 7월에 각각 밝힌 경제운용계획에서도 거듭 투자활성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는 거꾸로 됐다. 한국은행 추계에 따르면 올해 설비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늘어나기는커녕 1.2% 감소했다.

이화여대 전주성(全周省·경제학) 교수는 “내년 우리 경제는 투자가 얼마나 살아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이 유지돼야 기업들이 신뢰를 갖고 정부의 투자활성화 정책에 호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찬국(許贊國)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기업의 투자가 늘려면 무엇보다 법과 제도를 지키려는 선진적인 노사관계가 필요하다”면서 “올해처럼 불법행위를 정부가 먼저 용인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시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내년 경제운용계획에 대해 청사진만 있지 구체적인 실천계획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규제완화 어떻게 하나 ▼

정부가 토지 규제를 대폭 풀겠다고 밝힌 것은 돈을 더 풀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가장 쉬운 방안이기 때문이다. 토지에 얽히고설킨 규제만 간소화해 주면 투자심리를 되살릴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국내에 토지에 관한 법률은 112개에 이르고 용도지역은 무려 315개에 달한다.

또 국토면적은 9만9774km²이지만 각종 토지 관련 법안으로 지정된 토지 총량은 무려 56만4895km²에 이른다. 결국 토지 한 필지에 평균 5.7개의 규제가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제시한 규제 완화 방안은 각종 토지관련 규제를 원점(제로베이스)에서 모두 재검토한 뒤 비슷한 성격의 법안이라면 국토 정책의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 관리법안으로 일원화하고 나머지는 폐지하는 것이다.

예컨대 △환경부의 자연환경보전법에서 지정하는 자연유보지역 및 완충지역과 △환경부의 자연공원법에서 정하는 자연보전지구와 자연환경지구 △건교부의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서 규정하는 절대보전지역과 상대보전지역은 모두 건교부의 국토계획법에서 정하는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통합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토지이용자로서는 건교부 법안만을 검토한 뒤 투자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방안은 이용 가능한 토지 공급을 확대해 개발수요에 적극 대응하자는 것. 이를 위해 대도시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가운데 보전 필요성이 낮은 지역을 해제해 국민임대주택단지 등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토지규제 관련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대폭 넘기고 지자체장의 농지전용권한도 대폭 늘려주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무분별한 난개발과 환경오염 방지를 위하여 ‘선(先)계획, 후(後)개발’ 원칙을 철저히 적용할 방침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유한킴벌리의 모범사례 ▼

정부는 내년 경제운용계획에서 고용 창출과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4조 근무제를 제시하고 모범사례로 유한킴벌리를 소개했다.

화장지, 종이기저귀, 생리대 등의 생활용품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는 유한킴벌리는 1993년부터 생산직 근로자에 한해서 대전공장은 4조 3교대, 군포공장과 김천공장은 각각 1998년과 1999년부터 4조 2교대 근무제를 도입했다. 다른 기업에서 생산현장의 일반적인 근무형태는 3조 2교대나 3조 3교대 근무.

4조 2교대는 1주기가 16일로 짜여진다. 4일 주간근무(하루 12시간)→휴무 3일→교육 1일→4일 야간근무(하루 12시간)→휴무 4일(하루는 휴무나 교육 선택).

이 경우 고용은 33% 늘어나며 근로자는 근무량은 같지만 16일에서 7일을 쉴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생산성 향상과 시설가동률 극대화 등으로 고정비를 감축해서 인건비 상승을 상쇄해야 한다. 종업원 1인당 연간 300시간 이상의 교육시간을 확보, 근로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4조 근무제의 핵심.

유한킴벌리는 4조 근무제를 도입한 이후 시간당 생리대 생산량이 1998년 1만5000개에서 2003년에는 2만2000개로 급증했다. 매출액도 1996년 3447억원에서 작년에는 7098억원으로 늘었고 순이익도 같은 기간에 144억원에서 844억원으로 뛰었다.

정부는 내년 초까지 유한킴벌리의 사례 등을 연구해 바람직한 교대근무제 운영방식과 정부의 지원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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