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토지규제 대폭 푼다…녹지 농지 개발가능지역으로

  • 입력 2003년 12월 30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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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금까지 개발이 금지돼 온 녹지나 농지 등을 대거 개발가능지역으로 편입하는 등 내년부터 토지 관련 규제를 대폭 풀기로 했다.

또 내년 경제정책 운용의 최대 목표를 ‘투자활성화를 통한 고용창출’에 두고 이를 위해 고용창출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할 방침이다.

정부는 3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재로 제4차 경제민생 점검회의와 제13차 국민경제자문회의 합동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04년 경제 운용방향’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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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정책 투자확대 구체적 로드맵 없어

정부는 또 당분간 내수경기가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예산을 상반기에 앞당겨 집행하는 등 일단 ‘재정의 확장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내년의 5%대 경제성장이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당분간 회복을 위한 거시정책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내년도 한국 경제정책의 과제로 △규제 완화 △시장 개혁 △서비스 산업 발전 △국가 기술 및 지역 혁신을 제시하고 “각종 규제의 심사 기준을 투명하게 하라”고 각 부처에 당부했다.

한편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밝힌 큰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장밋빛’ 계획과 전망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유보적 반응을 보였다.

▽토지규제는 획기적으로 풀기로=‘2004년 경제운용계획’은 ‘투자활성화와 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성장과 고용’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투자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발목을 묶고 있는 각종 규제를 대폭 해제하기로 했다.

특히 토지 관련 규제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 내년 상반기 중에 ‘토지규제개혁 로드맵’을 제시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녹지와 농지 등이 포함된 ‘보전·생산관리지역’을 개발이 가능한 ‘계획관리지역’으로 최대한 편입시킨다는 계획이 담길 예정이다.

또 서비스업 육성을 위해 현재 제조업에 비해 불이익을 받고 있는 금융, 세제, 부담금 등 각종 차별적 제도를 없애나가기로 했다.

▽왜 투자활성화, 고용창출인가=세계경제의 회복세에 힘입어 내년 수출부문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높은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정부의 경제운용계획에도 내수경기를 살리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 10·29대책 이후 안정세를 보이는 부동산시장이나 신용불량자에 묶여 있는 소비부문을 자극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설비투자회복을 내수 경기회복을 위한 승부처로 정했다. 투자활성화를 지렛대로 일자리를 늘리고 장기적인 성장잠재력도 확충하겠다는 생각이다. 외국인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용창출은 성장뿐만 아니라 청년실업 완화 해소 및 분배와도 직결되는 문제. 이를 위해 정부는 고용효과가 큰 서비스업과 중소·벤처기업을 중점적으로 지원 육성할 계획이다.

박병원(朴炳元)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1992년 이후 10년 동안 제조업에서는 74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진 반면 서비스업에서는 448만개가 늘었다”며 “청년실업 등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 방침”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로 될지는 의문=정부는 올해 출범 직후인 3월과 7월에 각각 밝힌 경제운용계획에서도 거듭 투자활성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는 거꾸로 됐다. 한국은행 추계에 따르면 올해 설비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늘어나기는커녕 1.2% 감소했다.

이화여대 전주성(全周省·경제학) 교수는 “내년 우리 경제는 투자가 얼마나 살아나느냐가 관건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이 유지돼야 기업들이 신뢰를 갖고 정부의 투자활성화 정책에 호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찬국(許贊國)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기업의 투자가 늘려면 무엇보다 법과 제도를 지키려는 선진적인 노사관계가 필요하다”면서 “올해처럼 불법행위를 정부가 먼저 용인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강한 의지 표시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내년 경제운용계획에 대해 청사진만 있고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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