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자백은 CIA '심리 고문' 때문

  • 입력 2003년 12월 30일 15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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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체포된 지 2주일 만에 주요 정보들을 불기 시작한 데에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심리적 고문'이 유효했다고 독일 일간 빌트가 30일 보도했다.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의 이야드 알라위 위원은 29일 "후세인 전 대통령이 400억달러의 해외 은닉자금 관리를 맡은 사람들과 무기 저장 시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빌트는 "CIA가 알카에다의 고위 조직원 등 다른 테러리스트들을 잡았을 때 사용해온 것과 같은 방식으로 후세인의 저항의지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빌트에 따르면 CIA는 나사로 엄지손가락을 비트는 등의 (물리적) 고문 도구는 사용하지 않지만 폐쇄된 장소에서 피구금자를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고 시간과 공간 감각을 없애면서 일종의 심리적 고문을 가한다.

피구금자를 아무도 모르는 장소로 이송하며, 눈을 가려 방향감각을 잃게 만든다. 취침 시간을 불규칙하게 하고, 밝은 조명과 완전한 어둠, 조용한 휴식과 시끄러운 소음을 반복해 시간 감각을 잃게 한다. 그날 그날의 일정을 뒤바꾸기도 하고 마실 물이나 먹을 것을 충분히 주다가 갑자기 줄이기도 한다.

또 취조관들이 때때로 피구금자의 삶의 감춰진 비밀들을 들춰내 불안한 심리를 조성하고 마이크로 피구금자의 말이나 숨소리 하나까지 녹음한다.

이로써 피구금자의 저항심을 없앤다는 것. 신문은 "지금까지 이런 식의 고문에 오래 버틴 사람은 없었으며, 후세인 역시 더는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빌트는 CIA의 한 요원의 말을 인용해 "후세인은 허영심 강한 수다쟁이여서 심문이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미국은 후세인 구금 장소를 아프가니스탄이나 태국 등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군은 후세인이 이라크 밖으로 이송됐다는 설을 부인하면서도 소재는 밝히지 않고 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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