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세이]유태우/저열량-균형식 살빼기 효과 크다

  • 입력 2003년 12월 29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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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이 성인병 발생의 주요 인자임이 밝혀지면서 살을 빼려는 사람이 많다. 평소에 활동량이 적었던 사람들은 운동량만 늘려도 체중이 줄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동과 함께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여야 체중을 뺄 수 있다. 적게 먹어야 하는 것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탄수화물 대 단백질 대 지방의 비율을 65 대 15 대 20으로 유지하면서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평소 남자 평균 2300Cal, 여자 평균 1900Cal에서 남녀 공히 기초 대사량인 1200Cal 정도로 줄이는 저열량 균형식을 하는 것이다. 이를 식단으로 옮기면 탄수화물과 지방질을 줄이고 살코기 생선 두부 같은 단백질과 채소 과일 등의 섬유질 섭취를 늘리라는 것이다.

이렇게 저열량식을 하다 보면 오는 증세가 어지럼증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지럼증이 오면 몸에 큰일이나 난 양 다시 먹기 시작한다. 쓰러질까봐 겁이 나서란다. 그러나 이러한 증세가 생기는 신체의 생리작용을 살펴보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2000Cal 이상의 칼로리에 적응돼 있는 우리 신체는 이보다 적은 음식이 들어오면 더 달라고 배고픔, 기운 없음, 어지럼증 등의 증세를 일으켜 자신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래도 꿋꿋이 2주 정도를 참고 지속하면 몸은 포기를 하고 축적돼 있는 에너지, 특히 지방질을 분해해 사용하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어지럽지 않으면 살을 뺄 수 없는 것이다.

살빼기에서 두 번째로 나타나는 증세는 ‘얼굴이 수척해지고 병색이 돈다’는 것이다. 여기서 또 한번 난리가 난다. 주변에서 “틀림없이 몸에 큰 이상이 생겼으니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더 이상 살을 빼면 큰일난다”는 등 근거 없는 불안감을 조성해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일쑤다. 이래서 감량에 실패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절식으로 지방질이 분해되기 시작하면 온 몸의 피하지방이 빠지기 시작하는데 복부나 둔부, 다리, 팔 등은 워낙 지방층이 두꺼워 별 차이를 못 느끼나 얼굴은 피하지방이 얇아 금방 변화를 알게 된다. 그래서 살이 빠지면 얼굴부터 빠진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지나야 할 단계다. 누가 걱정스럽게 “혹 암이라도 걸린 것 아니냐”고 물으면 속으로 쾌재를 불러야 한다. 얼굴 꼴이 안돼 보이더라도 3개월을 더 버티면 제 모습이 돌아오면서 건강까지 보너스로 얻게 된다.

저열량 균형식을 3개월 이상 지속하면 얻게 되는 또 하나의 득은 소위 ‘위장이 작아진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많이 먹어야만 배부름을 느끼고 기분이 좋았는데, 이제는 적게 먹어도 배부르고 오히려 조금 지나치면 불편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식사를 빨리 하면 이런 효과를 잘 느끼지 못하니 식사시간을 최소한 20분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위장용량이 늘어나는 것과 뇌에서 포만감을 느끼는 것 사이에 10분 이상의 시간차가 있기 때문이다.

평소 배고픔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24시간 단식을 권하고 싶다. “나는 한 끼만 굶으면 큰일난다”는 사람들이 특히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방법은 하루 24시간 동안 물만 마시는 것인데, 세 끼 중 처음 두 끼를 굶는 것은 힘들지만, 세 끼째까지 굶으면 오히려 위장이 편안해지고 정신도 맑아지며, 일의 능률도 오르는 것을 체득하게 된다. 이후부터는 하루 세끼를 한 끼도 거르지 않고 꼬박 먹되, 종류를 가리지 말고 양을 반으로 줄이면 된다.

유태우 서울대 의대 교수·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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