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속멋 겉멋 꽉찬 아이스하키 '얼짱' 송동환

  • 입력 2003년 12월 28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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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를 휩쓴 한국아이스하키의 '얼짱MVP' 송동환. 도마코마이(일본)=김상수기자
올 시즌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를 휩쓴 한국아이스하키의 '얼짱MVP' 송동환. 도마코마이(일본)=김상수기자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 한라 위니아와 일본 실업팀 오지제지의 경기가 열린 27일 일본 삿포로 도마코마이 아레나.

경기가 끝난 뒤 20대 일본 여성팬 4명이 링크 밖에서 누군가를 열심히 찾았다. 이들이 기다리고 있던 선수는 한라 위니아의 골게터 송동환(23). 여성팬들은 이날 골을 넣은 송동환에게 “멋있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뒤 선물로 케이크를 건넸다.

도쿄에서 왔다는 이들은 올 1월 일본아이스하키 올스타전 때 초청선수로 출전한 송동환의 플레이에 반해 그를 쫓아다니는 열성팬들. 2월 아오모리에서 열린 동계아시아경기대회와 지난달 닛코에서 열린 아시아리그 한일전 때도 송동환을 열렬히 응원했다.

“일본 어디를 가든 경기장으로 찾아오는 팬들이에요. 그때마다 선물도 받고 사진도 같이 찍죠. 사실 국내보다 일본팬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일본에 오면 알아보는 사람이 훨씬 많거든요.”

매력적인 눈을 가진 미남스타 송동환은 아이스하키계의 ‘얼짱.’ 굳이 분류하자면 남성적인 멋이 풍기는 ‘터프가이’라기보다는 안정환 우지원 계열의 ‘꽃미남’ 스타일이다.

실업팀이 하나밖에 없고 대회가 열려도 관중이라고 해봤자 수십 명밖에 안되는 게 비인기 종목 아이스하키의 현주소이지만 그는 인터넷카페(http//cafe.daum.net/ikini)에 고정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

송동환이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는 잉글랜드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레알 마드리드). 일본에서도 경기장 밖에서 그는 백넘버 7의 빨간색 베컴 티셔츠를 즐겨 입고 다닌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예요. 플레이 스타일도 멋있지만 개성이 두드러진 점이 더욱 마음에 들어요. 머리염색이라든가, 옷 입는 거라든가…. 나도 그러고 싶지만 안 어울릴 것 같아서 못하고 다녀요.”

그렇다고 송동환이 겉멋만 든 선수라고 생각하면 오산. 그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아이스하키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다.

주니어대표와 국가대표를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송동환은 고려대 시절인 2001년부터 3회 연속 코리아 아이스하키리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올 시즌엔 득점왕(12경기에서 13골 6어시스트)과 정규시즌, 플레이오프 MVP를 석권하며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체구(1m75, 75kg)는 크지 않지만 동물적인 골감각과 개인기는 따라올 선수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

그의 기량은 일본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올 1월 도마코마이에서 열린 일본아이스하키 올스타전에서 송동환은 4골 1어시스트의 종횡무진한 활약으로 MVP에 올라 일본팬과 아이스하키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보다 두세 수 위인 일본 아이스하키의 수준을 감안하면 송동환의 활약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아시아리그에서도 12경기에서 8골 2어시스트로 한라에서 포인트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 오지제지의 다카키 감독도 “링크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오지제지와의 경기를 위해 올스타전 이후 11개월 만에 도마코마이를 다시 찾은 송동환은 27일 경기에서도 그림 같은 골을 넣었다. 골대 앞에서 동료의 강슛을 스틱으로 살짝 방향만 바꿔 골로 연결시키는 감각적인 득점을 한 것.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나 볼 수 있을 만한 수준 높은 플레이였다.

아이스하키의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승승장구하던 송동환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올해 소속팀이었던 동원 드림스가 해체돼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던 것. 팀 해체와 유지를 놓고 고민하던 동원은 평창동계올림픽유치가 실패로 돌아가자 곧바로 7월 해체결정을 내렸다.

이미 4월부터 팀 해체설이 나오며 제대로 운동을 하지 못했던 송동환은 동료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을 처음 했다고 한다.

“4월부터 3, 4개월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 같아요. 운동을 관두면 뭘 해서 생계를 꾸려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죠. 다행히 한라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와서 운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됐지만 갈 곳이 없게 된 나머지 동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한층 성숙해진 송동환은 이제 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시간이 그렇게 소중할 수 없다고 한다.

그의 꿈은 일본 리그 진출. 한국무대를 평정한 만큼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한 단계 높은 곳으로 도약하고 싶어서다. 그가 일본의 아이스하키 링크를 휘저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도마코마이(일본)=김상수기자 ssoo@donga.com

▼송동환▼

△생년월일=1980년 2월14일

△출신교=광운초등학교-광운중학교-경복고-고려대

△신체조건=1m75, 75kg

△수상경력=코리아 아이스하키 리그 3회 연속 정규리그 MVP, 득점왕 2회, 베스트6 3회, 올 시즌 코리아 리그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

△주요기록=코리아 아이스하키 리그 개인통산 80경기 출전에 90골 42어시스트 2003아시아리그 12경기 출전에 8골 2어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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