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관료 전면 배치…새 경제팀 전망]성장-고용에 무게둘듯

  • 입력 2003년 12월 28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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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제팀 부분 개각의 가장 큰 특징은 전문성을 갖춘 정통 경제관료의 전면 부상이라는 점이다.

노무현(盧武鉉) 정부 첫 경제팀은 내각의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와 청와대의 이정우(李廷雨) 대통령정책실장의 ‘투 톱 체제’였다.

그러나 이번에 이 정책실장이 정책기획위원장으로 사실상 경제정책 일선에서 물러나고 정통관료 출신인 박봉흠(朴奉欽) 기획예산처 장관이 정책실장에 내정됐다. 인수위 시절 경제팀에서 일했던 교수 출신들은 한 명도 새로 기용되지 않았다.

현실 경제에 대한 경험이 많은 인사로 대거 포진된 새 경제팀은 이른바 ‘개혁성’보다는 성장과 고용 등 현실 경제를 중시하는 실사구시형 경제정책에 무게중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아마추어’보다 ‘프로’, ‘이상’보다 ‘현실’ 중시=현 정부 출범 후 10개월 동안 경제정책은 ‘갈지자걸음’의 혼선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상적인 아이디어만 있지 조정력이 떨어져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이해관계자들의 충돌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 화물연대 파업 등 잇따라 터진 노사관계, 새만금 정책 등 국책사업…. 굵직굵직한 현안이 터질 때마다 제대로 조정하지 못했다. 노사갈등과 정책 혼선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불안감으로 확산되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성장엔진도 꺼져 올해 연간 실질 경제성장률은 3%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이번 개각에서 경제부총리와 함께 큰 정책 흐름을 그릴 대통령정책실장에 균형 감각과 조정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박 예산처 장관이 기용된 것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나타나기 시작한 ‘선(先) 분배보다는 선 성장, 이상보다는 현실’이라는 정책기조가 보다 뚜렷해질 전망이다.

김종석(金鍾奭)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고, 경기가 침체됐던 가장 큰 이유가 현안들이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에 부닥쳐 제대로 조율되지 않는 등 불확실성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며 “이번 개각으로 예측가능하고 안정된 인사가 대거 등용된 만큼 이런 불확실성이 크게 줄게 됐다”고 말했다.

▽옛 경제기획원 출신 약진=이번 개각의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옛 경제기획원, 그 가운데도 예산실 출신이 대거 약진했다는 점이다. 박 정책실장 내정자는 물론 김병일(金炳日) 예산처 장관 내정자도 공직 생활 대부분을 예산실에서 보낸 예산통이다.

이번 인사 대상은 아니지만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도 옛 기획원에서 잔뼈가 굵었고 예산처 장관까지 지냈다. 이밖에 예산처 장관을 지낸 장승우(張丞玗)씨가 물의를 빚어 물러난 최낙정(崔洛正) 해양수산부 장관 후임으로 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에서 박 정책실장 내정자와 라인업을 이루게 될 권오규(權五奎) 정책수석비서관이나 김영주(金榮柱) 정책기획비서관도 모두 옛 기획원 출신들이다. 또 김광림(金光琳) 재정경제부 차관과 변양균(卞良均) 예산처 차관 역시 기획원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했다.

이들은 초임 사무관 시절부터 수십년간 한솥밥을 먹어온 사이로 앞으로 정책 조율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반면 청와대와 내각의 경제팀에 금융 분야 경험이 풍부한 인사는 드물어 내년 경제정책의 ‘뇌관’으로 꼽히는 금융정책 수립에 한계가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행정고시 13회 동기이면서 각각 재무부와 기획원 출신인 김 경제부총리와 박 정책실장 내정자의 관계에서 ‘협조’와 ‘갈등’ 가운데 어느 쪽이 두드러질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경제계에서는 환영, 일부 시민단체는 씁쓸=이번 경제팀 부분 개각에 대해 경제계에서는 앞으로 경제정책에서 불확실성이 크게 줄게 됐다면서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오문석(吳文碩) LG경제연구원 상무는 “내년 총선 등 경제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에서 현실을 아는 인사들로 경제팀이 포진된 느낌”이라며 “적어도 상반기에는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올라갈 수 있도록 경제팀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반면 고계현(高桂鉉) 경실련 정책실장은 “새 정부 들어 단기 처방에만 급급했던 경제팀의 수장인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바뀌지 않고 관료체제가 더 강화된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며 “개혁성은 차치하고라도 장기적인 경제 구조조정을 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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