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샤라프 대통령 암살기도]‘親美 온건’ 이슬람의 公敵으로

  • 입력 2003년 12월 26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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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파룰라 자말리 파키스탄 총리는 26일을 ‘감사의 날’로 공포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25일 또다시 암살 위기를 넘기자 이를 기념하자는 것이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카라치에서 두 번의 암살 시도에서 벗어난 데 이어 14일과 25일까지 모두 네 차례의 암살 위기를 넘겼다.

파키스탄에는 그의 목숨을 노리는 이들이 너무나 많아서 앞으로도 그를 암살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테러전쟁의 역풍이 그를 향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의 목숨을 노리나=파키스탄은 이슬람 국가로서 과거 소련에 대한 아프가니스탄의 항전을 적극 지원했다. 이후 아프간 탈레반 정권과도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 당시에는 미국 역시 냉전 구도 속에 아프간을 지원했다.

그러나 미국이 2001년 11월 아프간을 상대로 대테러전을 시작하자 99년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무샤라프 대통령은 갈등 끝에 미국에 군사기지와 정보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그는 친미 입장을 굳혔으며 지난달까지 모두 13개의 이슬람 무장세력을 불법화했다. 이슬람 근본주의 및 인도와 알력을 빚는 카슈미르 지역 분리주의 단체들이다. 이 중 3개 단체는 지난해 4월 암살미수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9월 알 카에다의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무샤라프 대통령은 이슬람을 배신했다”며 “이슬람교도들은 무샤라프 정권을 전복시키라”고 촉구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을 포기할 수 없는 미국=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6월 미국을 찾은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30억달러의 원조를 약속했다. 현재 미국은 무샤라프 정권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아직 탈레반과 알 카에다 지도부가 아프간에 건재해 있어 인접국인 파키스탄의 지원이 있어야만 대테러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파키스탄은 이슬람권의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이다. 파키스탄은 과거 이란 북한 등에 핵무기 제조기술 등을 제공한 적이 있으며 현재 미국은 파키스칸 핵 과학자들을 상대로 이 같은 사실을 조사 중이다. 무샤라프 정권이 전복되면 미국의 ‘핵 확산’ 저지 노력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의 앞날=암살 시도 외에도 파키스탄의 강경 이슬람 세력들은 18일 하야를 요구하는 대중시위를 벌이는 등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강경 이슬람 정당 연합체인 ‘연합행동전선’은 지난해 10월 선거에서 예상외의 ‘반(反) 무샤라프’ 돌풍을 일으켰다. 이들은 “무샤라프의 쿠데타 집권은 무효”라며 하야 운동을 본격화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내년 말 군사령관직을 내놓고 1개월 내에 의회 신임을 묻기로 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한걸음 양보한 것이다. 그러나 막강한 군부에 대한 지휘권을 내놓으면 그의 정권은 크게 흔들릴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그의 공약은 위기를 넘기기 위한 공약(空約)에 그칠 공산이 크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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