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알수없는 유통구조]"음식점 왜 수입산 표시 않나"

  • 입력 2003년 12월 26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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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낮 서울 강남구 S식당. 200석이 넘는 좌석에 손님들이 절반 정도 차 있었다. 회사원 김모씨(31)는 “오랜만에 갈비나 먹자”며 3인분을 시키려 했다. 그러자 동료 박모씨(30)가 “갈비가 수입산이에요, 한우예요?”라고 종업원에게 물었다. 종업원이 “등심은 한우지만 양념갈비하고 생갈비는 수입이에요”라고 답했다. 김씨는 “그럼 수입이라고 써 놔야지, 저렇게 가격만 적으면 모르잖아요”라며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들은 결국 냉면만 먹었다.》

같은 시간 서대문구 미근동의 한우생등심 전문점 S식당. 평소에는 손님들로 붐볐지만 이날은 한산했다. 사장 한모씨(여)는 “광우병 보도를 보고 걱정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며 “우리 집은 한우만 파는데…”라고 울상을 지었다. 반면, 생선요릿집들은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미국발(發) 광우병 파동이 허술한 국내 쇠고기 유통구조에 대한 불신과 맞물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허술한 유통구조=전문가들은 시중에 유통되는 쇠고기가 수입육인지 한우인지 알 수 없는 유통구조가 이 같은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원산지표시제도’가 의무화돼 있는 곳은 백화점과 정육점 등. 시민들이 많이 찾는 일반음식점이나 회사 학교 구내식당 등 급식소는 의무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음식점에서는 수입육을 한우라고 속여도 소비자들이 알 길이 없고 단속할 수도 없다.

대형 정육업체인 S사의 한 관계자는 “일반음식점의 70∼80%가 수입쇠고기, 특히 우리 입맛에 맞는 미국산을 쓴다고 보면 된다”며 “이 중 손님들에게 한우라고 말하는 업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우 등심을 1인분(180g)에 2만5000원 이하에 파는 식당은 수입육을 쓰는 게 분명한데도 이에 대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정육점 단속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올 들어 11월까지 원산지표시제도를 위반한 정육점 1099곳을 적발했다. 전국 2만8000여곳의 정육점(1월 기준) 가운데 100곳당 4곳 정도가 수입쇠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켰거나 원산지를 밝히지 않은 것.

통계상으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적발된 1301곳보다 18.3% 감소했다. 그러나 품질관리원측은 올해 단속반원이 502명으로 지난해의 584명보다 16.3% 준 데다 올해는 마늘 양파 등 수입채소류 단속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원산지표시 위반 여부를 감시해야 할 품목 수가 무려 176개로 쇠고기는 그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인원이 적어 정육점 전체 조사는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음식점도 원산지 표시해야=최근 광우병 쇠고기 파동을 계기로 음식점도 주요 원료에 대한 원산지표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인기(李仁基) 의원 등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의원 22명은 올해 ‘유통질서 확립 및 올바른 구매정보 전달을 위해 식품을 조리·판매하는 (식당 등) 영업자도 식육의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하자’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했다.

그러나 이 안은 단속의 실효성과 통상문제 발생 우려 등을 이유로 보건복지위원회가 반대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전국한우협회 장기선(張基宣) 부장은 “규제 법률이 생기면 단속의 실효성과는 별개로 자체 정화기능이 생긴다”며 “소비자가 먹는 음식에 대한 기본정보도 얻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원산지 표시제도 위반으로 적발된 정육점

허위표시업체미표시업체단속반 인원
2003년 1∼11월682417502명
2002년 1∼11월860441584명
자료: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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