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광우병 충격]외식-유통업 “연말연시 대목 놓쳤다”

  • 입력 2003년 12월 25일 2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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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독감에 이어 미국발 광우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연말연시 대목을 앞둔 유통업계와 외식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 등에서는 닭고기에 이어 쇠고기 소비가 급감하기 시작했고 소비자들은 “도대체 뭘 먹으란 말이냐”며 답답한 표정이었다.

▽육류 판매 급감=25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대형 백화점 지하 슈퍼의 쇠고기 판매 코너. 미국산 대신 한우와 호주산을 진열대에 올렸지만 장바구니에 쇠고기를 담는 고객은 찾기 어려웠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수입 쇠고기는 물론 한우조차 찾지 않는다”며 “전날 판매한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반품 요청도 5, 6건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백화점들은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판매를 중단하고 “청정 쇠고기인 호주산을 판다”는 안내문까지 내걸었지만 움츠러든 소비심리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할인점 이마트 서울 은평점의 이날 하루 쇠고기 매출은 평소의 절반, 닭고기는 80∼90% 정도가 줄었다. 그 대신 굴 고등어 삼치 등 생선류 판매는 7∼8배 정도 늘었다.

주부 송경선씨(31·경기 고양시 백석동)는 “주말에 집들이를 하려고 쇠고기를 사려다가 광우병 소식을 듣고 포기했다”며 “쇠고기 대신 해물을 샀다”고 말했다.

대형 갈비집이나 치킨 전문점 등도 파리를 날리기는 마찬가지.

이날 오후 8시 고양시 일산구 덕이동의 H갈비집. 좌석은 30석이나 됐지만 대부분 비었고 식사를 하는 손님은 10여명에 불과했다. 이 식당 주인 김모씨(40)는 “고객이 평소의 절반 정도로 줄었다”며 “소갈비 대신 먹장어나 된장찌개 등을 주문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아직은 차분한 분위기=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패밀리레스토랑은 크리스마스를 즐기려는 고객들로 24, 25일 북새통을 이뤘다.

패밀리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스 명동점 김준영 매니저는 “24일 저녁에 자리가 없어 돌아간 고객만 400∼500명이며 25일 오후에도 평균 1시간반 정도 기다려 식사를 했다”며 “고객 수가 예년과 비슷해 오히려 놀랐다”고 말했다.

할인점 홈플러스 관계자는 “25일 하루에 미국산 쇠고기 반품 요청이 매장별로 5, 6건 정도밖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고객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차분하다”고 말했다.

▽한우는 안전할까=농림부는 한우에 대한 광우병 검사가 국제기준보다 엄격하게 이뤄지는 데다 광우병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육골분(肉骨粉) 사료 사용이 국내에서는 금지돼 한우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제수역(獸疫)사무국(OIE)은 생후 30개월 이상 된 소를 100만마리 정도 기르는 나라는 매년 최소 99건의 광우병 검사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국내에는 24개월 이상 된 소가 86만마리에 불과하지만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올해 들어 검사한 소는 1038마리나 된다.

김창섭(金昌燮)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육골분 사료 사용을 2000년 전면 금지했다”며 “과거 광우병 파동 이후 육골분 사료에 대해 추적 가능한 물량을 모두 확인했으나 광우병 발생 국가에서 수입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산으로 둔갑해 유통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공신력 있는 유통업체나 믿을 만한 정육점에서 쇠고기를 구입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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