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임채수/전구에 휘감긴 겨울나무들 괴롭지 않을까?

  • 입력 2003년 12월 25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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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활엽수는 나목(裸木)으로 겨울을 난다. 이렇게 나무들이 생장을 멈춘 채 겨울을 나는 것은 수분 때문이라고 한다. 체내에 남은 수분이 얼게 되면 조직이 파괴되기 때문에 잎을 떨어내고 탈수상태로 겨울을 나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유명 백화점이나 호텔 등 호화건물 앞에 선 가로수들은 세모 즈음이면 전선과 꼬마전구로 장식돼 ‘전기꽃’을 피우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말부터 내년 2월까지 광화문∼시청간 1km 구간에 있는 가로수에 5만여개의 전기꽃을 피운다고 한다.

삭막한 도심의 밤거리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는 전기꽃은 보기에 아름다울 수 있다. 그러나 전선과 전구에 휘감긴 나무들이 당하는 고통과 스트레스는 굳이 식물학자의 설명이 없더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빛은 광합성 작용을 하는 녹색식물의 에너지원 구실 외에도 계절의 변화나 낮과 밤의 인식신호로도 작용한다. 전구의 불빛은 나무의 생체리듬에 혼란을 줄 것이 분명하고 인공적인 열과 전자파도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삶’은 사람들끼리만 모색할 게 아니다. 가로수들을 옥죈 전기꽃 장식을 걷어내고 나무들이 좀 편하게 겨울을 나게 해주자. 좀 모자라는 듯하게 서울시청 앞의 축하 트리 정도로 거리의 세모 정서를 느껴보면 어떨까.

임채수 청소년자연과하나되기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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