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석종근/선거법 改惡은 말아야

  • 입력 2003년 12월 25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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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종근
가뜩이나 혼란스럽게 진행 중인 정치개혁협상이 ‘선관위의 선거범죄조사권 삭제’ ‘벌금의 과태료 전환’ 등의 논란으로 인해 더욱 혼란스럽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선관위의 조사권 등에 대해 위헌론을, 또 다른 의원은 특정 정당과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정치가 어디로 가는지, 선거의 공정성은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 참담한 심정이다.

선거범죄조사권의 합헌성은 대법원도 2001년의 판결에서 인정한 것이다. 이는 필자가 직접 조사했던 사건으로 새마을부녀회장 이취임식장에 장관 출신의 국회의원 후보자를 초청한 뒤 나란히 서서 인사하는 등 사전선거운동 혐의가 있어 조사하려 했으나 “관계자들과 조사에 불응키로 협의했다”며 응하지 않았고 언론은 “선관위 조사권 솜방망이, 불러도 안 가면 돼”라고 보도했던 바로 그 사건이다. 이에 대해 고등법원은 ‘묵비권 침해의 위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유죄를 인정하고 파기환송했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염두에 둘 것은 헌법이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하여 선관위를 둔다”라고 규정한 대목이다. 단순한 선거관리가 아니라 ‘공정성 확보’의 책무를 선관위에 부여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범죄의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정의를 확보하기 위해선 조사권과 이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제재규정이 필수불가결하다.

야3당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선관위에 공정성 확보의 수단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위헌이 아닌가?

선거범죄는 차단성, 부패성, 사후보장성의 특성을 갖는다. 벌금이 과태료로 전환되면 혐의자가 과태료 부담을 감수하며 조사에 불응할 수 있어 공정한 관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현행 선거법의 경우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5년 동안 피선거권 및 공무담임제한을 받게 돼 실효성의 담보력이 훨씬 강하다.

‘혐의자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법익보다 ‘선거의 공정성 확보’라는 공익이 훨씬 크다. 국회는 공명선거 정착이라는 국민적 기대에 부응해 선거범죄조사권을 보장하고 선관위와 특정 정당의 커넥션 의혹도 철회해 주기 바란다. 선관위는 공정한 심판자로서 엄정중립이 존립 이유인 헌법기관이다.

석종근 거창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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