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무한낙하 人事’ 후유증

  • 입력 2003년 12월 25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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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가 ‘무한낙하(無限落下)’ 방식의 인사로 뒤숭숭하다.

‘무한낙하’란 1지망에서 떨어진 지원자들이 2지망이나 3지망 지역이 아니라 아예 생각지도 못했던 하급지로 배치되는 것을 말하는 외교부 내의 신조어. 19일 단행된 과장 및 서기관급 해외공관 인사에서 이 방식이 본격 적용됐다.

고참 서기관급 외무관 A씨의 경우는 당초 희망지와 다른 공관에 1차 내정됐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이곳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밀려났다. 그러자 A씨는 반발감에 차라리 오지로 가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아태지역을 담당해온 B씨는 유럽지역 공관근무를 희망했지만 장관 결재 단계에서 밀려나 결국 오지에 배치됐다.

인사담당 파트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직원들이 인사기류의 변화를 잘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선진국 지역의 경우 공관 자리가 많지 않아 인사 대상자들에게 ‘눈높이’를 맞출 것을 당부했으나 아직도 상당수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특정지역을 선호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다른 지원자들이 눈높이를 낮추고 이미 ‘중간지대’에 해당하는 공관을 1지망으로 신청했기 때문에 결국 무한낙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는 전문성 강화, 특히 이라크 파병을 계기로 중동외교 강화를 염두에 두었다”며 “직원들이 선호하는 미주지역이나 유럽지역 공관 근무인원을 줄이고 대신 중동지역 근무자들을 중견급 외무관으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내년 1월 이라크 재건의지를 확실히 한다는 차원에서 중동지역에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등 경제부처 장관급을 특사로 임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부임 2년6개월이 지난 공관장을 대상으로 한 공관장 인사에서는 세대교체 움직임이 뚜렷이 드러났다. 특히 두 번 이상 공관장을 지낸 사람의 경우는 배치에서 우선 배제됐다는 게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강 대사들은 이번 인사에서도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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