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총선발언 논란]野 "선거중립 물건너갔다"

  • 입력 2003년 12월 25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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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으로 또다시 불법 사전선거운동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노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정국에 대한 자신이 심경을 밝히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노무현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으로 또다시 불법 사전선거운동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노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정국에 대한 자신이 심경을 밝히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4일 내년 총선에 출마할 전직 청와대 비서관 행정관들과의 오찬에서 한 총선관련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5일 “총선 구도 재편이라는 노 대통령의 음모가 드러났다”며 일제히 공세를 폈다.

그러나 양당의 대응 방식이나 논리에는 다소 차이가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자민련 등과의 야3당 공조 강화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맞수=민주당’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 “불법 정치선동 중단하라”=박진(朴振)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무당적 대통령이 무슨 법적 근거로 열린우리당의 선대본부장 노릇을 하느냐”라며 “원내 1당인 한나라당에 대해 ‘타이태닉호의 침몰’ 운운하는 등 막가파식 발언을 마구 쏟아내도 되느냐”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즉각 불법 정치선동을 중단하고 공정선거를 위한 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 발언에는 민주당을 압사시키고 열린우리당을 띄워 ‘한나라당 대 열린우리당’의 양강(兩强) 구도로 몰아가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은진수(殷辰洙)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꺾기 위해서는 호남 민심을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판단, 민주당을 고사시키려는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은 총선 승리를 위해 현재의 다자(多者)구도 유지가 중요하다고 보고 민주당과의 공조를 다지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배신당 찍으면 나라가 망할 것”=민주당 유용태(劉容泰)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면 전국 공조직의 정치중립은 물 건너가는 것”으로 “상상할 수 없는 망언”이라고 공격했다.

장전형(張全亨) 수석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당을 향해 배신의 본색을 드러냈다. 친정을 박살내고 자신만 살겠다는 놀부 심보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노 대통령의 양강 구도 전략은 실패할 것이라며 조목조목 근거를 제시했다.

노 대통령이 여당을 분열시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데다 국정혼선의 장본인인 만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올라갈 수 없고 특히 열린우리당의 이념적 편협성 때문에 양당 체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총선은 불법 대선자금 문제에서 자유롭고 건전한 보수 세력을 수용할 수 있는 민주당과 전통적 수구세력인 한나라당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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