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 선거’ 추방이 선결과제다

  • 입력 2003년 12월 25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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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열리는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또다시 세 야당과 열린우리당간의 싸움판이 돼서는 안 된다. ‘돈 선거’ 추방이라는 정치개혁의 본질은 제쳐둔 채 의원정수와 선거구제를 놓고 벌이는 죽기살기식 ‘밥그릇 다툼’에 국민은 진절머리가 난다.

무엇보다 의원정수 증원은 민심 역행이다.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마당에 무슨 염치로 지역구의원을 16명이나 늘린단 말인가.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위헌 판결로 선거구 조정이 필요하지만 꼭 의원 수를 늘리지 않더라도 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일부 야당 중진의원의 선거구를 살리기 위해 인구기준일을 올 3월 말로 소급했다니 ‘야합’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그보다 먼저 할 일은 검은돈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정치자금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불법 대선자금 파문의 교훈도 그것이다. 그러나 한나라 민주 자민련 등 세 야당이 밀어붙이려는 다수안은 이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예컨대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제안한 모든 후원금 영수증의 선거관리위원회 제출이나 돈세탁 방지제도 강화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음성거래 통로를 그대로 열어 놓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인의 축·부의금품 제공과 정당집회 때 교통편의 및 음식물 제공 상시 금지에 반대한 것도 ‘돈 선거’를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 정도를 위해 그토록 소리 높여 정치개혁을 외치고 범개협까지 구성했는지 실망스럽다.

지금도 늦지는 않다. 정치권의 의지만 있다면 이제라도 새 개혁법안을 만들 수 있다. 이미 범개협이나 선관위가 세세한 조문까지 만들어 놓은 만큼 최대한 수용하는 것이 옳다.

자율이 제 구실을 못할 때 타율이 작용하는 것은 세상의 이치다. ‘정치개악’이라는 평을 받는 세 야당 합의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국민이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벌써부터 ‘개악’을 주도한 의원들에 대해 총선 낙선운동을 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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