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보다는 성장성을 선호해 국공채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투신업계가 운용 흐름을 바꾼 것. MMF 수탁고가 같은 기간 최대 60조원에서 39조원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이런 변화는 더 두드러진다.
2003년 한 해 투신업계에서의 펀드 투자는 안전 성향이 크게 강화됐다. 자금 성격이 단기화된 것도 특징.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주식형 펀드를 장기 보유한 투자자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이들 대부분은 만족할 만한 수익을 올렸다.
▽올해 ‘최고 스타’ 펀드는 ELS=올해 가장 주목받은 펀드는 안정성이 확보된 주가연계증권(ELS)과 주가연계펀드(ELF) 등 원금 보장형 상품이다.
2월 말 20개였던 원금 보장형 펀드는 12월 말 460개까지로 늘어났다. 2970억원대였던 규모는 145조원대로 급증했다. 연말에도 운용 방식을 조금씩 바꾼 새로운 ELS 펀드가 계속 쏟아지고 있다.
투신협회 김정아 홍보팀장은 “카드채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원금 보장형 상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수익률이 낮아 투자 매력이 없던 국공채 MMF에 돈이 대거 몰린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계속 낮아져 운용업계 전체 수탁고(뮤추얼펀드 포함)는 2월 말 190조원에서 12월 22일 145조원대까지로 줄어들었다.
장기 투자에 대한 불신도 여전해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투자 펀드는 비과세 혜택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중 잔액은 2조734억원에서 1조6017억원으로 감소했다.
▽장기 주식투자자 웃었다=단기 투자로 돌아서는 투자자가 늘었지만 막상 수익률을 점검해 보면 위험을 감수한 주식형 펀드를 장기 보유한 투자자의 성적표가 가장 좋다.
펀드 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성장형 주식펀드(주식 비중 70% 이상) 536개 가운데 올해 초부터 12월 23일까지 수익률이 30% 이상인 펀드는 모두 307개로 전체의 57%에 이른다.
삼성투신운용의 ‘드래곤승천주식 3-24호’는 이 기간에 53.40%의 수익을 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인디펜던스 주식형 1호’와 ‘미래디스커버리펀드’도 모두 수익률이 50% 수준이다.
특히 성장형 주식 펀드(규모 100억원 이상)의 최근 3년 누적 수익률은 평균 76.8%, 이 가운데 누적 수익률이 100%를 넘는 펀드는 105개 가운데 24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로인의 이재순 리서치팀장은 “외국인이 좋아하는 대형 블루칩 위주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성장평 펀드가 올해 가장 두드러지게 빛을 발했다”며 “다만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잘 차려놓은 잔칫상에 파리만 날린 결과가 됐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올해 수익률 상위 10위에 포함된 성장형 펀드 | |||||
운용사 | 펀드 | 설정일 | 설정액(억원) | 최근 6개월 수익률(%) | 연초 이후 수익률(%) |
삼성투신 | 드래곤승천주식3-24 | 2000.01.04 | 146 | 22.44 | 53.40 |
미래에셋자산 | 미래인디펜던스주식형 1 | 2001.02.14 | 1,291 | 36.82 | 50.95 |
미래에셋자산 | 미래디스커버리펀드 | 2001.07.06 | 1,689 | 34.32 | 50.00 |
삼성투신 | 삼성장기증권B3 | 2001.10.25 | 136 | 23.76 | 49.66 |
미래에셋자산 | 미래모데르노주식형 | 2002.12.09 | 615 | 30.88 | 46.98 |
현대투신 | BK 엄브렐러나폴레옹 1 | 2000.02.02 | 332 | 20.78 | 46.64 |
삼성투신 | 삼성팀파워90주식형 | 2002.02.05 | 289 | 19.28 | 45.18 |
미래에셋투신 | 미래솔로몬주식 1 | 2002.12.03 | 121 | 29.28 | 44.70 |
프랭클린투신 | 템플턴골드Growth주식 | 2001.07.18 | 312 | 24.07 | 44.66 |
프랭클린투신 | 템플턴그로스장기증권 1 | 2001.10.25 | 473 | 25.22 | 43.98 |
수익률 산정기간은 올해 초부터 12월 23일까지임. 자료:제로인 |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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