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 갈수록 안개속…약정할인제 내년도입 주가불투명

  • 입력 2003년 12월 25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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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적인 약정할인제 도입으로 이동통신 업종에 대한 투자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약정할인제는 내년 초 시행되는 번호이동성과 맞물려 이동통신업체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전망. 증권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동통신업체들의 주가가 상승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위원회가 약정할인제를 승인한 다음날인 24일 이동통신 3사의 주가는 일제히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SK텔레콤이 ‘고(高)배당 발표’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2.64% 하락한 것을 비롯해 KTF와 LG텔레콤도 각각 1.61%와 2.37% 떨어졌다.

약정할인제는 가입자가 일정기간 이상 이동전화 사용을 약속하면 요금을 할인해 주는 서비스. 24개월 약정시 사용요금의 최고 4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LG텔레콤과 KTF는 이미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SK텔레콤도 조만간 도입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약정할인제가 이동통신업계의 경쟁을 ‘제로섬(zero-sum)’ 게임에서 ‘마이너스섬(minus-sum)’ 게임으로 바꿔 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약정할인제가 치열한 요금인하 경쟁을 유발하면서 업계 전체가 나누어 가질 ‘파이’가 줄어든다는 것. 약정할인제 도입 전까지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번호이동성 홍보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였다면 약정할인제는 매출 자체의 감소를 몰고 온다는 분석이다.

LG투자증권은 약정할인제 도입으로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의 월 평균매출액이 각각 4.9%, 3.1%, 0.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동양종금증권 이영주 연구원은 “번호이동성으로 인해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약정할인제에 따른 매출 감소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며 “약정할인제가 몰고 올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은 이동통신업계 수익성 측면에서 ‘가장 부정적인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증권 조점호 연구원은 “한 번 내려간 요금을 다시 인상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통신업계가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지 않는 한 약정할인제 도입으로 인해 줄어든 파이를 키우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약정할인제 도입에 따른 업체별 영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LG투자증권은 약정할인제가 이동통신 3사의 수익성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SK텔레콤의 절대우위적 시장점유율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동원증권과 우리증권은 SK텔레콤이 KTF, LG텔레콤과 비슷한 수준의 약정할인 프로그램을 실시할 경우 고액사용자가 많은 SK텔레콤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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