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체포이후…울포위츠 ‘활개’ 파월 ‘주눅’

  • 입력 2003년 12월 24일 19시 07분


코멘트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체포 이후 미국 행정부 내 강경-온건파를 각각 대표하는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60)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66)의 입지가 엇갈리고 있다.

울포위츠 부장관은 차기 국방장관으로 유력한 반면 파월 장관은 재임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울포위츠 국방장관?=미 행정부 신보수주의(네오콘) 세력의 수장격인 울포위츠 부장관은 이라크 공격을 주도한 인물. 후세인 체포는 자연히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워싱턴 포스트는 23일 “역대 어느 국방부 부장관도 울포위츠 부장관만큼 두드러지지 않았다”면서 “국방부 안에서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사퇴하면 그가 차기 장관으로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친척 대부분을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서 잃은 울포위츠 부장관은 대학생 시절 겪은 쿠바 미사일 위기를 인생에서 가장 큰 충격으로 꼽는다. 이런 경험은 ‘세상에는 악이 있고, 이에 맞서야 한다’는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줬다.

그는 “총과 총알만이 전투의 전부는 아니다”면서 ‘지적 전투론’을 펴지만 군 관계자들은 전쟁 경험이 없는 전력을 들어 그가 이상주의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한다.

행정부 외교·안보팀 일각에서는 럼즈펠드 장관과의 불화설을 들어 그의 사퇴설도 나오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은 울포위츠 부장관의 이라크 및 중동 민주화 방안을 현실성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파월 장관 ‘시련의 계절’=뉴욕 타임스는 “올겨울은 파월 장관에게 시련의 계절”이라고 23일 보도했다.

파월 장관이 전립샘암 수술을 받고 쉬는 사이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그를 대신해 우방국 순방에 나섰다. 그는 후세인 체포 소식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닌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에게 통보받았다. 리비아 대량살상무기 포기 소식은 부시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다.

파월 장관은 이라크전쟁을 두고 국방부 등 강경파와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왔다. 그는 최근 “조지 마셜 전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말자고 조언했다가 거부됐을 때 사퇴하지 않았던 게 존경스럽다”고 밝혀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주변에서는 2기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 그가 장관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파월 장관은 그런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는 최근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최신호(1·2월호) 기고문에서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선제공격론, 군사우위정책에 대한 비판을 적극 해명하기도 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