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미디어포커스 매체비평…동아-조선일보 비판에 포커스

  • 입력 2003년 12월 24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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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미디어포커스’의 진행자 김신명숙씨(왼쪽)를 비롯해 취재기자와 고정패널이 ‘저널리즘 비평’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KBS
KBS1 ‘미디어포커스’의 진행자 김신명숙씨(왼쪽)를 비롯해 취재기자와 고정패널이 ‘저널리즘 비평’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KBS
“무슨 꿍꿍이지? 우리 친구 아이가.”

KBS 1TV ‘미디어포커스’(11월 8일 방송)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중앙일간지 편집국장들의 청와대 회동을 이렇게 비아냥댔다. 어렵게 만들어진 대화의 자리마저 담합이나 한 듯이 묘사한 것이다. 일부 신문에 대한 이 프로그램의 비뚤어진 시각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특히 12월 20일 ‘미디어워치-방송위원회 심의잣대 논란’ 코너는 입을 다물 수 없게 한다.

이 코너는 휴가를 나와 복귀하지 않고 이라크 파병 반대 농성을 벌인 한 이등병을 동정적으로 보도한 MBC ‘휴먼다큐 희로애락’이 방송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것과 관련해 “방송위원회 심의가 일부 신문에 휘둘린 결과가 아닌가”라는 멘트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내보냈다. 일부 신문을 지나치게 의식해 방송위도 모독하고 그 심의기능도 모독한 것이었다.

이 같은 시각은 KBS 노조가 “방송위는 조·중·동의 해우소인가. MBC ‘휴먼다큐 희로애락’은 현역 이등병이 양심의 자유에 근거해 침략 전쟁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사건을 다큐멘터리로 차분히 담아낸 프로그램”이라고 성명서를 낸 것과 유사하다.

미디어포커스가 타깃으로 삼는 일부 신문이 어떤 신문을 지칭하는 것인지는 몇 차례만 이 프로그램을 보면 쉬 짐작할 수 있다. 본보 취재팀이 미디어포커스의 최근(10월 4일∼12월 20일) 12번의 방영내용을 분석한 결과만 봐도 뚜렷이 알 수 있다.

이 기간에 미디어포커스가 부정적으로 인용한 기사의 62%가 동아 조선 중앙일보 기사였다. 반면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보도를 부정적으로 인용한 것은 18%에 그쳤다.

동아일보 기사의 경우 부정적 인용이 35건인 데 반해 긍정적 인용은 3건에 불과했다. 조선일보 기사는 부정적 인용 42건에 긍정적 인용은 3건이었으며, 중앙일보 기사는 부정적 인용 19건에 긍정적 인용 6건이었다. 부정적 인용 2건에 긍정적 인용 9건인 한겨레신문 기사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미디어포커스의 호불호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결국 일부 신문은 동아 조선 중앙일보인 셈이다. 이에 대해 미디어포커스측은 “동아 조선 중앙일보를 의도적으로 겨냥한 게 아니라 3대 신문의 시장점유율로 인한 결과”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군색하게 들린다. 언론시장 점유율만 보자면 방송 3사가 3대 신문보다 훨씬 크다.

10월 초 국회 문화관광위 국정감사에서 방송을 시작한 지 3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이 프로그램에 대해 “왜 특정 신문만 물고 늘어지나” “언론과의 전쟁을 위해 신설됐다”는 등의 지적이 잇따른 것도 정치적 편향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포커스 외에도 KBS의 개혁프로그램인 ‘현대 사회를 말한다’ 역시 종종 일부 신문에 대한 공격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연세대 최양수 교수(신문방송학)는 지난달 말 관훈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디어포커스 누가 어떻게 만드나▼

미디어포커스는 4월 말 정연주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신설의 필요성을 역설한 프로그램이다. KBS 노조는 5월 3일자 노보에서 ‘KBS 10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조속한 신설을 들었다.

미디어포커스는 첫 회에서 공영방송 KBS가 정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유를 ‘내부 인적 청산의 부재’라고 주장하면서 전현직 KBS 간부를 실명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판의 대상이었던 한 간부는 “반론의 기회도 없이 매도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진행자 김신명숙씨와 부장 1명, 차장 1명, 기자 5명, PD 2명으로 구성된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자문위원은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를 비롯해 6명으로 이들은 미디어포커스의 여러 코너 중 ‘저널리즘 비평’에만 조언한다. 한 위원은 “자문회의에서 반론권을 비롯한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듯하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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