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광우병 의심 소 확인]국내 쇠고기 시장 미국産이 44%

  • 입력 2003년 12월 24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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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狂牛病) 발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잠정 중단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의존도가 높은 국내 육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류(鳥類)독감으로 닭과 오리고기 소비가 이미 급감한 상황에서 쇠고기까지 ‘기피식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져 많은 국민이 “도대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게 무엇이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직격탄을 맞을 외식업계와 유통업계는 물론 화장품 및 피혁제품 등 소뼈나 가죽 등으로 만드는 제품도 미국산 소 수입 중단으로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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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시장에 찬 서리 내릴 듯=농림부는 이번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잠정 수입 중지 조치를 취했지만 시중에 유통 중인 미국산 살코기나 우족(牛足), 소꼬리, 간 등은 판매 금지를 하지 않았다. 광우병이 곱창 등 내장이나 두개골 따위의 특정위험물질(SRM) 부위에서만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당분간 쇠고기 관련 제품을 사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으면 뇌 손상을 가져오는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vCJD)’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학계 보고가 나와 있기 때문. 만에 하나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편안한 마음으로 쇠고기를 먹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 전체 쇠고기 시장의 44%를 차지하는 미국산에서 ‘광우병 파동’이 발생함에 따라 광우병에 걸리지 않은 한우(韓牛)나 호주산 쇠고기도 소비가 떨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관련 업계에서는 걱정하고 있다. 올해 국내에 들어온 수입 쇠고기 중 미국산은 물량기준으로 68.2%(22만9785t), 금액기준으로 75.3%(8억1439만달러)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미국의 광우병 발생이 최종 확인된다면 우리나라가 쇠고기를 대량 수입하는 국가 중에서는 처음이 되는 셈이다. 캐나다에서 올 5월 광우병이 발생한 적이 있지만 한국의 수입쇠고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물량기준으로 2.4%에 불과해 미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쇠고기 가격 오를 듯=이번에 미국 워싱턴주에서 발견된 광우병 의심 소가 최종적으로 광우병에 걸렸다는 확인을 받으면 앞으로 상당 기간 미국산 소 수입이 금지된다.

이렇게 되면 쇠고기 수입처를 호주나 뉴질랜드 등 다른 나라로 돌려야 한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할 것이기 때문에 이들 나라로부터 수입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축산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쇠고기 소비가 줄어들겠지만 광우병 파문이 가라앉으면 소비가 다시 확대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호주산 쇠고기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면서 한국에서 호주산 쇠고기의 수입 물량을 늘리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호주산 쇠고기와 한우(韓牛) 값도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비상 걸린 관련업계=쇠고기를 취급하는 유통업체와 호텔, 외식업체에는 ‘광우병 비상’이 걸렸다. 특히 유통업체들은 조류독감 사태로 닭고기 오리고기의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또다시 광우병 파동이 벌어져 연말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할인점 신세계이마트와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한국까르푸, 신세계백화점 등은 24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중단 조치가 내려지자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전면 중단시켰다.

홈플러스 강정현 주임은 “아직 광우병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사람이 먹으면 인체에 감염될 수도 있다고 해서 판매중단이라는 강경 조치를 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외식업체인 ‘T.G.I.프라이데이스’도 이날부터 미국산 쇠고기의 사용을 중단하고 미리 확보해둔 호주산 쇠고기로 대체했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를 계속 판매하면서 일단 사태를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는 호텔과 유통업체도 적지 않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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