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점 탐험]12월22일 23일째 "고향 동지 팥죽 먹고파!"

  • 입력 2003년 12월 24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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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대의 식수 공급원인 전혀 오염되지 않은 눈을 퍼 담고 있는 강철원(왼쪽)과 오희준 대원
탐험대의 식수 공급원인 전혀 오염되지 않은 눈을 퍼 담고 있는 강철원(왼쪽)과 오희준 대원
날씨 : 맑음

기온 : 영하 14.2도

풍속 : 초속 3.3m

운행시간 : 07:00-18:00 (11시간00분)

운행거리 : 35.1km (누계 :458.6km) /남극까지 남은 거리: 675.9km

야영위치 : 남위 83도 56분875초 / 서경 80도13분310초

고도 : 1,323m / 84도까지 남은 거리: 9.3km

▼남극까지의 거리가 6백 km대로, 남위 84도까지 9.3km 남다▼

동지(冬至)날이다. 남반구의 동지 날은 북반구(한국이 있는)와는 정 반대이다. 한국에서는 1년 중 해의 길이가 가장 짧으면서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인데 반해 적도 아래쪽의 남반구에서는 밤이 가장 짧고 낮이 가장 긴 날이다. 그러나 탐험대가 있는 이곳 남극에서는 백야현상으로 항상 낮이기 때문에 그 구분이 애매하다. 다만 고된 운행 중에 계속해서 동지 팥죽이 생각나는 것은 고향생각 때문이리라. 두고 온 가족과 친구가 더욱 그리운 연말 아닌가.

오늘 탐험대는 남위 83도 56분 875초, 서경 80도 13분 310초에 와 있다. 이것을 좌표라 한다. 남극탐험의 대행은 A.L.E社가 독점하고 있다. 올해는 극점도보탐험에 5개의 탐험대가 탐험에 나섰다. 대행사는 탐험대가 불의의 사고로 조난을 당하거나 연락이 두절 될 경우 즉각 구조에 나서게 된다. 이때 탐험대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좌표에 의한 위치 표시이다. 좌표는 지도상의 한 지점을 도, 분, 초 등의 단위로 나누어 정확하게 위치를 표시 할 수 있는데 1도는 60분으로 나누고, 1분은 999초로 나누어 정확성을 기한다. 즉 남위 83도 보다는 83도 56분이 더 정확하고, 83도 56분 875초는 더욱 정밀하다. 도상에 표시된 위도와 경도(가로 선과 세로 선)를 분과 초단위로 나누어 표기하게 되면 탐험대가 있는 위치를 좌표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위도 1도는 대략 111km이고 경도 1도는 적도 부근과는 달리 극점에 가까이 갈수록 폭이 좁아진다. 현재 남위 84도 근처의 서경 80도와 81도 사이의 거리는 불과 11.7km 남짓이다. 기계문명의 발달로 요즘은 인공위성을 통해 탐험대의 위치를 GPS장비로 정확하게 수신한다. GPS의 오차 범위는 불과 5m 이내.

오늘 운행거리가 35.1km로 운행이후 최고를 경신했다. 오전 10시 경, 남극까지 남은 거리를 700km 이내로 줄였다. 서경 80도(GPS가 서경 80도선으로 세팅 됨)를 기준으로 한 현재 위치에서의 84도까지 남은 거리는 9.3km. 그렇다면 현재 탐험대의 위치에서 정남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84도까지 몇 km 남았을까?

위도 1도는 111km, 1도는 60분 이므로 111÷60=1.85 현재위치가 83도 56분 875초이므로 3분125초×1.85≒5.78km남았다. 내일 운행시작 후 1시간 45분 후면 84도를 넘어선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말 분위가가 썰렁하다는 어느 분의 게시판 글이 도무지 감은 잡히지 않지만 오늘이 동지이고 25일이 성탄절이니 2003년도 이제 9일 남았다. 탐험대에게 날짜 계산은 '며칠쯤이면 남위 몇 도를 가느냐' 정도의 의미. 그러나 우리 남극점 탐험대원들은 국민 모두가 연말 연시 좋은 사람들과 뜻 깊은 시간 갖기를 진심으로 빈다. 곤드레 만드레 망할 亡자의 연말이 되지 않길 더불어 바란다. 탐험대는 2004년 새해가 오기 전에 남위 86도를 넘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박대장 이하 탐험대 전원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오늘은 비록 오후 내내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으면서 짜증이 나긴 했지만 그런대로 갈만했다. 오후 5시 간식 시간에는 아침에 오희준 대원이 나눠 준 간식을 대부분 모두 먹어 치운 상태라서 파시코 음료와 비스켓을 아주 달게 맛있게 먹는다. 나머지 한 시간을 위한 달콤한 휴식과 간식. 언제나 가장 힘든 시간은 마지막 한 시간이다.

한 시간 후에 도착한 캠프지 그리고 그 40분 후. 대원 모두 텐트 안에 둘러 앉아 따뜻한 시간을 갖고 있다.

남극탐험대 이치상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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