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개혁한다더니 또 난장판

  • 입력 2003년 12월 23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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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실력 저지로 회의가 열리지 못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목요상 위원장(왼쪽 두번째)이 위원장실을 점거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23일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실력 저지로 회의가 열리지 못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목요상 위원장(왼쪽 두번째)이 위원장실을 점거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선거구 개편 등 정치개혁안 처리를 놓고 국회가 욕설과 고함으로 얼룩졌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위원장 목요상·睦堯相)는 23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 4월 총선을 치르기 위한 선거구 개편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표결처리를 주장하는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과 ‘개악(改惡)’을 이유로 이를 저지하는 열린우리당이 밤늦도록 대치하는 파행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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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3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5시 개회된 회의에서 현행 소선거구제를 내용으로 인구 상하한선을 각각 30만, 10만명으로 조정하고 지역구 수를 16개 늘려 전체 의원수를 현행 273명에서 289명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의 표결처리를 시도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이경재(李敬在) 의원은 “오늘도 선거구와 관련된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연말까지 위헌적인 현행 선거구를 개편토록 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를 거스르는 헌법파괴 상태가 초래된다”며 표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우리당 의원들은 “지역구수를 늘리는 것은 국민의 뜻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 등 특위 소속이 아닌 의원들까지 포함한 20여명이 회의장에 진입, 위원장석과 위원석을 점거한 채 의사진행을 실력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당 이해찬(李海瓚) 의원은 “차떼기 하는 당” “강도짓하는 도둑들”이라며 한나라당을 비난하고, 한나라당 심규철(沈揆喆) 의원은 “측근비리나 감싸는 당”이라며 서로를 비난했다. 또 한나라당 이병석(李秉錫) 의원은 “회의장을 점거하고 의사진행을 폭력적으로 방해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냐”고 고함을 질렀고, 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원은 “이×× 들”이라고 맞고함쳤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헌재 결정에 따라 인구편차를 3분의 1 이내로 줄이면서 인구증가를 반영하려면 지역구 수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데도 우리당측이 영·호남 등 농촌지역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없으니까 지역구 수 증가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우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역주의를 이용해 의석 수를 지키고 늘리려는 담합을 하고 있다”며 선거법개정안 상정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버텼다.

야권 3당 의원들은 위원장실과 소회의실에서 대책회의를 거듭하다가 오후 9시10분경 목 위원장이 회의장에 입장, 위원장석 옆에 서서 탁자를 손으로 두드리며 상정을 선언하고 “미리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 야권 3당의 선거구 개편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대신한다”고 말했다.

목 위원장은 우리당 의원들의 육탄저지로 더 이상 사회를 보지 못한 채 떼밀려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대치를 거듭하던 양측은 오후 9시50분 목 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함으로써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쳤다.

야권 3당은 이날 상정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실무작업을 진행할 근거가 생겼다며 획정위가 획정안을 마련해 특위에 넘기면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표결처리하되 우리당이 또다시 이를 저지할 경우 국회의장 직권상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우리당은 “이날 상정 자체가 원천무효”라며 반발하고 있어 획정안의 효력을 놓고 또다시 논란이 거듭될 전망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각 당의 정치개혁안 합의 및 미합의 사항
합의사항-1회 100만원, 연간 500만원 초과 고액 정치자금 기부자 공개-선거자금 중 1회 30만원 이상 지출시 수표·신용카드 이용-선거비용 중 20% 현금지출 허용-무정액 영수증제 폐지-지구당 후원회 폐지-합동연설회 및 정당·후보자 연설회 전면 폐지-인터넷 선거운동 실명제 도입-정당법상 비례대표 50%를 여성에 배정
미합의사항쟁점사항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열린우리당
선거구제소선거구제중대선거구제→소선거구제대선거구제→소선거구제중대선거구제
의원정수지역구 244명으로 증원. 비례대표 감원→현행 유지지역구 244명으로 증원. 비례대표 증원지역구 244명으로 증원. 비례대표 감원지역구 199명으로 감원→현행 유지. 비례대표 증원
비례대표선출 방법전국단위 선출권역별 선출전국단위 선출권역별 선출
예비후보자 선거운동선거일 90일 전선거일 120일 전→90일 전선거일 90일 전선거일 120일 전
여론조사결과 공표현행 선거기간 중 금지선거일 7일 전 금지
선거연령만 20세 이상만 18세 이상→만 20세 이상만 20세 이상만 18세 이상
국회의원 선거기간선거공영제 도입에 따른 예산 절감을 위해 12일로 단축현행 17일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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