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음반]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9번 '합창'

  • 입력 2003년 12월 23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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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9번 ‘합창’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발매: 스펙트럼DVD

이탈리아의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65)는 지난해 9월 단원 직선으로 선출된 영국의 사이먼 래틀에게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직을 물려주었다. 이 앨범은 아바도가 베를린 필을 지휘했을 때의 베토벤 교향곡 연주 실황이다.

연주 시점은 2000년 5월(9번 교향곡)과 2001년 2월(3번 교향곡)로 9개월의 차이밖에 안 나는데 두 연주회에서 보여주는 지휘자의 얼굴은 마치 다른 사람 같다. 3번 교향곡을 연주하는 아바도는 피골이 상접한 듯 보인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위암으로 투병 중이던 아바도는 2001년 초 수술을 받았다. 다시 무대에 선 그는 놀랄 만큼 야위어 있었다. 영웅교향곡을 지휘하는 그의 얼굴에는 한 음악가의 정신적 투쟁과 육체적 투쟁의 기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런 만큼 이 실황연주 영상이 주는 감동은 남다르다.

1990년대 이후 아바도의 베토벤 교향곡 연주는 군살을 제거한 듯한 균형감이 돋보인다. 악기와 연주법이 진보한 낭만주의 시대의 교향곡에 비해 베토벤의 교향곡은 어쩔 수 없이 음향 면에서 투박한 울림을 전해주기 쉬운데, 아바도와 베를린 필의 연주로 듣는 베토벤은 거친 윤곽선을 매끈하게 다듬은 것처럼 잔향의 느낌이 좋다. 템포도 다소 빠르게 설계돼 있지만 함부로 밀어붙이는 인상은 들지 않는다. 9번은 베를린 필하모닉 홀 연주실황, 3번은 로마 산타시칠리아 음악원 홀에서의 연주실황을 담았다. 베를린 필이 산타시칠리아에서 연주한 교향곡 1, 2, 4, 5, 7, 8번 실황연주도 DVD로 발매돼 있다. ★★★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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