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10곳중 4곳 이자도 못갚는다

  • 입력 2003년 12월 23일 14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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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제조업체 10개 가운데 4개는 영업이익으로 빚진 돈의 이자도 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형 우량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져 제조업체 전체의 수익성이 개선된 반면 적자업체의 비중은 급증하는 등 기업 사이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23일 펴낸 '3·4분기(7~9월) 기업경영분석 결과' 보고서를 통해 3·4분기 중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금융비용) 100% 미만인 제조업체의 비중이 40.8%로 작년 동기의 33.0%보다 7.8%포인트, 전분기의 34.9%보다 5.9%포인트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시작한 1978년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이자보상비율이 100%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뜻이며 100%이상이면 그 반대다.

그러나 3·4분기 중 수출호조와 금융비용 감소의 영향으로 제조업체들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8.3%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2%에 이후 가장 높았다.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8.3%라는 것은 1000원 어치 상품을 팔아 83원을 남겼다는 뜻이다.

또 9월말 현재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99.0%로 이 통계가 시작된 1978년 이후 가장 낮아져 전체 기업의 재무구조는 다소 개선됐다. 그러나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위한 장기차입 대신 운용자금으로 쓰기 위한 단기차입을 늘려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차입금 비중은 53.6%로 1998년 말(41.9%) 이후 가장 높아졌다.

전체적으로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개선됐는데도 경상손익 적자업체 비중은 35.1%로 작년 동기 대비 5.0%포인트, 전분기 대비 6.5%포인트가 각각 늘어 우량기업과 부실기업 사이의 경영실적 차이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9월말 현재 조사 대상 제조업체의 총 자산 가운데 현금예금 비중은 전 분기 8.2%에서 9.3%로 높아져 기업들이 투자를 하는 대신 현금을 쌓아두는 현상이 심화됐다.

한은 조성종(趙成種) 경제통계국장은 "3·4분기에 제조업체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개선됐지만 이중 상당부분은 저(低)금리와 환(換)평가익 등에 따른 것으로 실제 영업개선 효과는 크지 않았다"면서 "우량 대기업에 힘입어 전체 실적은 좋아졌지만 나빠진 기업의 숫자가 더 많아 기업간의 경영상태의 간극이 더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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