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앤문 減稅청탁’특검 손으로… 95억전달說등 의혹 여전

  • 입력 2003년 12월 22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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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고교 후배인 문병욱(文丙旭) 썬앤문그룹 회장이 22일 구속기소됨에 따라 썬앤문그룹 비리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썬앤문그룹을 둘러싼 굵직한 의혹들에 대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부 사안의 경우 내년 1월 초 시작될 측근비리 특검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검찰은 이날 10억여원의 세금 포탈과 회사 돈 13억원의 횡령 혐의만으로 문 회장을 기소했다. 썬앤문그룹이 지난해 대선 때 여야에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혐의에 대해서는 29일경 문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세부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달 말 발표될 검찰 수사 결과에는 썬앤문그룹이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여야 정치인들의 명단과 구체적인 돈 전달 경위 등이 상당 부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수사 결과 문 회장은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에게 1억원, 여택수(呂澤壽) 대통령제1부속실 행정관에게 3000만원, 신상우(辛相佑)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전 국회부의장)에게 2000만원을 각각 제공한 혐의 등이 드러났다.

한나라당의 경우 서청원(徐淸源) 의원이 썬앤문그룹에서 2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서 의원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나라당 서울 도봉갑 지구당위원장인 양경자(梁慶子) 전 의원도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최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 같은 수사 결과에 대해 우선 노 대통령 주변 인사 중 이 전 실장과 여 행정관만 썬앤문그룹측에서 돈을 받았겠느냐는 의문이 검찰 주변에서 일고 있다. 썬앤문그룹 전 부회장인 김성래씨(金成來·구속)가 지난해 대선 당시 문 회장이 노 후보측에 공을 들인 사실을 공공연하게 얘기했다는 점에서 현재까지 거론되지 않은 다른 측근들의 연루 가능성에 대한 조사가 더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썬앤문그룹이 노 후보 캠프에 95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해답을 내놓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현재까지 검찰은 단서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를 하지 않고 있어 이 의혹은 내년 초 특검 수사에서 진실 여부가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썬앤문그룹에 부과된 최대 171억원의 세금을 23억원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누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밝혀야 할 주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후보 시절 국세청장에게 전화 청탁을 했다는 의혹과 민주당 박모 의원이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돼 있는 상태다.

만일 특검 수사에서 외부 압력의 실체가 드러난다면 감세 청탁 사건을 최초로 수사했던 서울지검의 부실 수사 문제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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