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련-反파병 테러단 잡고보니…부유층 행동대원 ‘충격’

  • 입력 2003년 12월 22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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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國賊) 정벌대’ 또는 ‘건군 의용군’이란 이름으로 재일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관련 건물에 총을 발사하고 정치인에게 총알을 우송하는 등 1년여 동안 테러와 협박을 일삼아온 일당이 최근 일본에서 검거됐다.

구속된 행동대원들은 극우단체 회원이나 조직폭력배들이 아니라 치과의사, 주지승 등 부유층 인사를 포함한 ‘보통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구속=일본 경찰은 민간단체인 ‘일본도(刀)를 사랑하는 모임’의 회장 무라카미 이치로(村上一郞·54) 등 6명을 일련의 테러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19일 체포한 데 이어 이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21일 행동대원 6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현직 치과의사(50), 주지승(55), 자위대 출신의 미용실 주인(48), 음식점 주인(52) 등 테러와 무관해 보이는 부유한 시민들이었다.

체포된 치과의사는 도쿄도 내 병원에 근무해왔다. 주지승, 미용실 주인, 음식점 주인 등은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녔다. 이들은 한 자루에 수십만엔(수백만원), 비싼 것은 200만엔(약 2000만원)에 이르는 일본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무라카미 회장을 알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적 정벌대의 주요 테러
일시지역대상 내용
2002.11.9도쿄총련 중앙본부, 사민당 본부총탄 우송
2003.1.14나고야총련계 금융기관총격
5.29도쿄옴진리교 건물총격
6.13오사카옴진리교 건물총격
6.27히로시마교원 노조 건물총격
7.29니가타총련 현 본부총격
8.23후쿠오카총련 현 본부 등 총격, 폭발물
9.10도쿄 다나카 히토시 심의관폭발물 장치
9.11도쿄노나카 히로무 중의원총탄 우송
10.20도쿄가토 고이치 전 의원 등 총탄 우송
10.26도쿄 교원 노조 본부폭발물

체포된 치과의사는 도쿄도내 병원에 근무해왔다. 주지승, 미용실 주인, 음식점 주인 등은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녔다. 이들은 한 자루에 수십만엔(수백만원), 비싼 것은 200만엔(약 2000만원)에 이르는 일본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무라카미 회장을 알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여죄=이들이 범행을 자백한 사건은 북-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성 심의관 집 주차장에 폭발물을 장치한 것 등 6건.

그러나 경찰은 북한에 유화적인 정치인 또는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정치인의 사무실에 총알을 우송하거나 총련계 건물에 총격을 가하는 등 총 23건의 테러 사건 중 나머지에도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무라카미 회장은 일본과 중국, 대만 사이에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센카쿠(尖閣)열도에 직접 상륙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체포된 이들은 지난해 9월 북-일 정상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일본인 납북 사실을 인정한 뒤 일본 사회에 반북 분위기가 고조되자 총련 관련 테러에 나섰으며 이어 정치인으로 대상을 넓혔다.

경찰 당국은 이 사건들을 당초 폭력단과 결부된 극우단체의 소행으로 추정해왔다. 따라서 ‘평범한’ 시민들이 범인으로 드러나자 놀라는 분위기다.

마이니치신문은 21일자 사설에서 “역사상 불황이 장기화되거나 도덕적 황폐, 소득격차 등이 커지면 테러 행위가 일어났다”면서 “이번 일에서 보듯 지금도 결코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일본사회 전반의 극우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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