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파키스탄, 이란 核개발 지원”

  • 입력 2003년 12월 22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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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핵 개발 기술이 파키스탄에서 넘어온 것으로 밝혀지면서 중동 및 아시아 국가에 대한 파키스탄의 핵 기술 이전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가 21일과 22일 잇따라 보도했다.

이란은 최근 핵확산금지조약(NPT) 부속의정서를 체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을 수용했으나 아직도 핵 개발의 의심을 완전히 불식시킨 상황은 아니다.

두 신문은 유엔 핵 사찰단 보고서와 미국 및 유럽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파키스탄 정부가 핵 기술 이란 이전과 관련해 2주 전 자국의 핵 과학자 3명을 미국과 함께 신문했다고 전했다.

이 과학자들은 ‘파키스탄 핵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최측근들이다. 칸 박사는 북한에 핵 기술을 이전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칸 박사를 조사하라는 서방국의 요청을 거부해 왔다.

이란-파키스탄 핵 커넥션의 결정적인 증거는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미 당국자들과 무기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원심분리기는 파키스탄이 핵개발 초기에 사용하던 것과 거의 일치한다. 1970년대 파키스탄은 영국 네덜란드 독일 정부 컨소시엄인 유렌코가 만든 원심분리기 기술을 개조해 자체 원심분리기를 생산했다.

이란이 보유한 원심분리기 부품에는 이전에 사용했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이를 통해 생산된 농축우라늄 역시 파키스탄에서 생산된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 당시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지낸 개리 새모어는 “이런 증거는 파키스탄에서 폐기된 원심분리기의 부품과 설계도를 이란이 획득했다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87년 파키스탄에서 관련 기술과 부품을 확보하면서 핵 개발 과정의 기술장애를 극복했고 그 결과 현재 1년에 핵폭탄 20개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핵물질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대(對)테러전 동맹국이 된 파키스탄 정부는 이에 대해 “핵 기술 이전은 정부와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특히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핵 기술 이전이 없었다”고 펄쩍 뛰고 있다.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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