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공부 바로하기]<4>국어…'통독→문단별 정독→핵심찾기

  • 입력 2003년 12월 22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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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는 단순한 교과목이 아니다. 국어는 평생에 걸쳐 삶을 지탱해가는 밑바탕이자 다른 여러 교과목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기초를 이룬다. 국어는 다른 과목에 비해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기가 힘들기 때문에 학생들은 공부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서울 서초고 장원석 교사(39)와 서울 둔촌고 2학년 양승호군(17), 서울 금옥여고 1학년 나보람양(16)이 국어 공부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보람=국어를 잘하려면 책을 읽고 요약해 보라고 하는데 교과서 본문을 문단별로 요약해 정리한 내용이 자습서와 다를 때가 많다.

▽장원석=자신의 생각을 접고 자습서의 내용이 옳다고 여기는 학생이 많다. 자신의 생각과 자습서가 다를 때는 본문을 한번 더 읽어보자. 그래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선생님에게 질문하면 된다. 자습서를 들고 선생님을 찾아가는 용기를 내 보자. 이렇게 하는 것이 힘들다면 여러 개의 자습서를 대비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속단하지 말자.

문학 작품과 여러 글들을 꾸준히 읽으면 빠르고 정확하게 독해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서울 서초고 장원석 교사(가운데)가 서울 둔촌고 2학년 양승호군(17), 서울 금옥여고 1학년 나보람양(16)과 효율적인 국어 공부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미옥기자

글을 읽을 때는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는 학습목표이기도 하다. 또 글의 전개 방법, 문단 사이의 관계도 파악해야 한다. 이때는 접속어를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내용을 분석할 때에는 먼저 통독을 한 뒤 문단별로 정독하고 핵심문장을 골라내는 훈련을 해야 한다. 본문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이해가 될 때까지 반복해서 읽는 것이 좋다.

친구들끼리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10∼20분만 투자해 어떤 글을 갖고 각자 내용을 요약한 뒤 서로 평가하고 의견을 교환해 보자. 제대로 찬찬히 글을 읽고 내용을 요약하는 훈련을 계속하다 보면 속독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빠르고 정확하게 글을 읽을 수 있다.

▽양승호=어느 정도까지 파악해야 글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나.

▽장=주제와 중심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추리하고 상상하고 논리적으로 사고를 해야 한다. 글의 흐름이 자연스러운지, 누구나 받아들일 만한 주장인지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능력을 길러야 한다. 대상을 돌려보고 뒤집어 보고 관점을 변화시켜 보자. 실제 수능에서 A의 입장에서 B의 입장을 반박하라는 문제가 나온다. 비판적 사고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선생님에게 자신의 판단을 검증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같은 공부 과정은 대학입시 논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고전문은 해석도 잘 안 되고 너무 어렵다.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좋은가.

▽장=고전문을 이해하는 기본은 어휘다. 모르는 단어를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수능에서는 고어를 현대어로 고쳐서 출제하지만 가능한 한 많은 작품을 읽으며 단어의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표기 형태나 단어 하나하나에 집착하기보다는 작품을 반복해서 읽고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하도록 하자.

고전 산문은 인물 파악이 중요하므로 인물 관계 계보도를 그려보자. 흥부가 주동인물이고 놀부가 반동인물이라면 그 주변 인물들을 관계에 따라 줄을 세워보자. 이렇게 하면 갈등관계가 쉽게 파악된다.

▽나=시나 고전 등은 외워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장=내용과 글쓴이의 마음을 이해하며 반복해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외워진다. 그러면 학교 시험에서 빈칸 문제는 그냥 풀 수 있고 문맥의 흐름도 이해하기 쉬워진다.

문학작품에 대해서는 창작 당시의 시대 및 사회적 배경, 지은이의 성향, 작품에 대한 문학사적 의미 등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면 서경별곡은 천도(遷都)와 관계가 있다. 용비어천가는 건국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지어졌으며 한글로 만들어진 최초의 문학작품이라는 의미가 있다. 시조는 처음에는 귀족의 풍류물이었지만 시대가 바뀌며 억눌렸던 백성들이 자신의 심정을 반영하면서 점점 길이가 길어지고 전통 율격도 깨졌다.

시에 대해 공부할 때는 화자의 정서 및 태도, 시어의 함축적 의미, 시상 전개방식 등에 중점을 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화자와 대화를 나눈다는 능동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시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많이 나오는데 유치환의 ‘깃발’에 나오는 ‘소리 없는 아우성’, 서정주의 ‘추천사’에 나오는 ‘그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을 곰곰이 생각해 보자.

▽양=수능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떤 문학작품을 읽어야 하나.

▽장=18종 문학 교과서 작품은 얼마든지 출제 대상이 되므로 읽고 정리해야 한다. 고전시가와 함께 가사 작품을 두루 읽어야 한다. 교과서 수록 작품들을 읽고 차츰 널리 알려진 다른 작품들의 의미를 따져가며 읽으면 독해력이 향상된다.

판소리계 소설은 중국 고사가 많은데 배경 지식을 아는 것이 좋다. 이럴 때는 고사성어 사전이나 인터넷 등을 찾아보자. 평소 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을 길러야 어휘력을 기를 수 있다. 사전은 표준국어대사전이 어휘도 제일 풍부하고 예문도 많다.

또 고사성어나 속담, 틀리기 쉬운 우리말을 매일 조금씩 시간을 내 공부하면 된다. 단어장을 하나 마련해 매일 하나씩 적으며 공부하자. 신문을 보면 오늘의 영어, 고사성어가 나오고 TV에서도 바른말 우리말 등의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를 보면 도움이 된다.

▽나=문학 문제는 답지를 봐도 왜 틀렸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장=문학작품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교과서에는 작품 일부분만 나오므로 전문을 읽는 게 가장 좋고 그것이 힘들면 줄거리 요약 내용을 읽어 작품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18종 문학 교과서가 망라된 자습서 하나 정도는 마련하도록 하자.

▽양=모의고사에서 모르는 문학작품이 나올 때는 어떻게 이해하나.

▽장=평소 자신이 자습서 집필자가 된다는 생각으로 주제를 파악하고 연습하면 능력이 축적된다. 작품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이해력을 넓힌 학생은 낯선 지문을 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가령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볼 때 자습서를 먼저 보기보다는 작품을 음미하고 스스로 화자가 돼 느끼고 공감을 갖고 읽도록 한다. 열린 마음으로 글과 친해진다는 생각으로 성실히 계속 읽으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양=시험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장=오늘 공부한 내용은 반드시 오늘 정리하고 익히도록 한다. 한 시간 수업을 제대로 듣고 정리하는 데는 15분이면 충분하다. 일주일 뒤, 2주 뒤, 한 달 뒤에 틈틈이 공부하면 잊으려야 잊을 수 없다. 단 배운 내용 중 의문사항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모르는 것을 쌓아두지 말자. 마지막으로 국어교과서의 부록에는 한글 맞춤법 규정, 외래어 규정, 띄어쓰기, 표기법 등이 모두 정리돼 있다. 수능에서도 어법 맞춤법이 나오는데 부록을 안 보는 학생이 대다수다. 부록은 진도를 정해 꼭 챙겨보고 정리해야 한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논술-심층면접 대비 어떻게▼

논술, 심층면접 준비는 언제부터 하는 게 좋을까.

장원석 교사는 “논술, 심층면접을 위한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으므로 늦어도 고교 1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수능 준비와 병행해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학교에서 운영하는 특기적성 수업이나 관련 교과목이 개설되면 적극적으로 신청해 들어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우선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해야 한다. 여러 종류의 글을 읽어보고 일상에서의 삶의 모습과 연관지어 배경 지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비판적 사고와 글쓰기를 위해서는 글을 읽으며 자신의 생각과 같은 점, 다른 점 등을 찾아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신문 사설 등 사회 현안을 다룬 여러 글들을 비판적으로 읽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사실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평소 신문을 읽어 둘 필요가 있다.

논술시험에서는 제시문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기 위한 연상 작용이 중요하다. 어떤 사건을 다른 사건과 연결지어 생각해야 한다. 국어 교과서 ‘쓰기’ 단원에서 표를 보면서 주제나 단어별로 가지치기를 하는 내용이 바로 연상 작용을 나타낸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독서를 통한 폭넓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교육인적자원부 지정 권장 도서는 전문가 집단이 회의를 통해 성장 발달 단계에 맞게 지정한 것으로 인문, 사회,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양서를 망라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양도서가 어려우면 중학교 단계 교양도서를 읽는 것도 좋다. 신문, 교양잡지, 과학 교양잡지 등도 틈나는 대로 읽어 두면 큰 도움이 된다.

글쓰기는 크게 준비-집필-이해과정으로 나뉜다. 준비과정은 다시 주제를 잡기 위해 연상하는 구상, 주제를 뒷받침해 줄 글감 찾기, 개요 작성으로 나뉜다. 논술 시간 120분 중 이 단계까지 20∼30분을 배정하는 것이 좋다. 이 과정이 잘 되면 글을 쉽게 쓸 수 있다.

논술, 구술면접 문제를 잘 풀려면 기출 문제를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평상시 시간을 내기 어려우면 방학을 이용해 논술과 구술면접 공부를 하도록 한다.

방학 때 하루 4시간 정도 집중적으로 꾸준히 공부하면 방학마다 논술책 1권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전문학원을 다니든지 학교 특기적성 시간에 선생님께 요청해서 첨삭지도를 받는 것도 좋다. 학습지 형태의 첨삭지도도 가능하다. 친구끼리 글을 돌려보고 교정해 주는 것도 좋다. 해당 주제에 대해 토론하면 논리력을 키울 수 있다. 토론이 끝난 뒤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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