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콤' 양덕준 사장 "아이리버 성공은 인재경영"

  • 입력 2003년 12월 22일 18시 02분


코멘트
동아일보 자료사진
동아일보 자료사진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사람이다.”

세계 1위 휴대용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로 유명한 업체 레인콤. 19일 코스닥 첫 거래 이후 주가가 공모가(4만7000원)의 두 배 이상, 액면가(500원)의 200배 이상 급등하며 시가총액 7000여억원의 코스닥 대표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 회사 양덕준(楊德準·52) 사장은 22일 “레인콤의 성공은 신화(神話)가 아니라 ‘인화(人話)’”라고 강조했다.

레인콤은 1999년 임직원 7명에 자본금 3억원으로 출범했다. 올해는 매출액 2300억원에 순이익 430억원을 바라볼 만큼 성장했다.

양 사장은 “사람만 있으면 큰일을 저지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주위에 사람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삼성전자 해외영업 담당 임원 시절엔 주위에 널렸던 인재들이 창업을 하고 보니 다 어디 가고 없었다”는 것.

그러나 기회는 창업 후 수개월 만에 왔다. 정보기술(IT) 열풍과 함께 대기업의 훌륭한 연구 인력들이 대거 레인콤을 택했다.

2000년 초 양 사장은 휴대용 기기에서 하드웨어 방식이 아닌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MP3 파일을 재생하는 기술을 개발해 대기업에 제품생산을 요청했다.

대답은 ‘노(No)’. “생산 라인도 없고, 수익성도 보장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해외 은행을 다니며 기술을 담보로 자금을 요청한 끝에 홍콩 전자업체 ‘AV컨셉트’로부터 560만달러(약 70억원)와 중국 공장 부지를 투자받는 데 성공.

첫 제품부터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을 만든 것도 성공요인의 하나다. 양 사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는 이노디자인 김영세 대표를 무작정 찾아가 “휴대용 MP3플레이어를 그려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아이리버의 가장 중요한 ‘부품’ 중 하나는 디자인. 제품에는 ‘design by INNO’라는 문구가 찍히고 디자인 로열티도 지급한다. 삼성 소니 등 초일류 기업들이 싼 가격으로 레인콤을 압박하고 있지만 레인콤의 한국시장 50%, 세계시장 25% 점유율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코스닥 등록은 성공이 아니라 시작이다.”

양 사장은 “MP3 재생은 레인콤이 할 수 있는 일의 극히 일부”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 개발 중인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미디어투고(Media to go)’를 내년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음원을 기본으로 한 콘텐츠 사업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차량용 기기와 콘텐츠로 텔레매틱스 시대에 대비한다는 전략.

보유주식 평가액이 1600억원을 넘어서면서 양 사장에게는 ‘신흥 벤처 부자’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학생과 박사들이 시작한 벤처1세대, 독특한 사업모델과 대규모 자금의 2세대에 이어 대기업 출신의 ‘준비된 벤처’ 레인콤이 어떤 실적을 낼지 주목된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