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징금 법원서 잇단제동…부당내부거래 9건중 8건패소

  • 입력 2003년 12월 22일 17시 44분


코멘트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내부거래 혐의로 기업들에 부과했던 과징금이 잇따라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있다.

22일 법조계와 공정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16일 삼성그룹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삼성물산이 옛 삼성종합화학(현 삼성아토피나)의 기업어음을 매입해 준 것은 부당 지원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앞서 서울고법은 한국도로공사가 ‘계열사에 대한 수의계약을 부당내부거래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도 9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은 또 이날 삼성생명의 옛 삼성상용차 지원에 대해 공정위가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도 취소토록 결정했다.

이로써 올해 부당내부거래와 관련한 소송 9건 가운데 공정위가 완전 승소한 사례는 1건(두산건설)에 그친 반면 완전 패소는 2건(한국도로공사, 조선일보)이고 나머지는 일부 승·패소로 결론 났다.

1981년 이후 부당내부거래를 포함한 각종 행정소송(208건)에서 공정위가 완전 승소한 비중은 전체의 69.23%(144건)다. 따라서 올해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관련 승소율은 지극히 낮은 셈이다.

법원이 부당내부거래와 관련해 ‘보수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공정위가 부당내부거래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시각 때문.

재판부는 한국도로공사의 소송에 대한 판결문에서 “부당내부거래는 금융이나 자금의 직접적인 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용역 거래에 수반되는 간접적인 자금 지원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원고의 수의계약은 불공정거래행위 중 ‘계열사를 위한 차별’이라면 몰라도 ‘부당내부거래’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정위 당국자는 “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금전으로 했는지, 용역이나 재화로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지원 의도가 무엇이었는지에 초점을 맞춰 부당내부거래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계열사 지원의 ‘정도’를 판단하는 잣대도 논란을 빚고 있다. 공정위는 삼성물산이 옛 삼성종합화학의 기업어음을 사 준 것이 부당지원이라고 판단했지만 법원은 매입 당시 금리가 정상 금리와 별 차이가 없어 부당지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공정위측은 “법원이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관련 법률을 고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