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성선택설 흔들리나…사냥꾼 ‘큰뿔’ 노려

  • 입력 2003년 12월 21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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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큰 뿔을 얻으려는 사냥꾼들 때문에 20년 만에 큰뿔양의 뿔 크기가 25%나 줄었다. -사진제공 네이처
멋진 큰 뿔을 얻으려는 사냥꾼들 때문에 20년 만에 큰뿔양의 뿔 크기가 25%나 줄었다. -사진제공 네이처
‘종의 기원’을 출간한지 12년 뒤인 1871년, 찰스 다윈은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인류의 기원과 성 선택’을 내놓았다.

성 선택은 자연도태와 더불어 진화의 핵심 원동력이다. 공작의 화려한 깃이나 순록의 거대한 뿔이 바로 성 선택의 결과다. 암컷의 주목을 받아 짝짓기 확률을 높인 이익이 활동의 장애로 인한 손실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멋진 뿔을 자랑하는 캐나다 큰뿔양이 성 선택을 무력하게 하는 강력한 천적을 만나 고생하고 있다. 이 천적은 다름 아닌 인간.

영국 셰필드대 데이비드 콜트먼 박사는 캐나다 앨버타주의 램산에 서식하는 큰뿔양의 생태를 조사해 ‘네이처’ 11일자에 발표했다. 이곳은 1975년부터 1996년까지 57마리의 양들이 사냥꾼의 총에 희생돼왔다. 이 수는 전체 양의 10% 수준이다.

연구자들은 이 기간에 숫양의 뿔 크기가 25% 가량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냥 가능한 양의 수가 정해진 상태에서 사냥꾼들이 돈이 많이 나가는 큰 뿔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콜트먼 박사는 “큰 뿔을 가진 수컷들이 짝짓기를 왕성하게 할 시기가 되기도 전에 도태됨으로써 보잘것없는 자손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의 숫양들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뿔을 부딪치는 싸움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6년 이래 캐나다 정부는 다 자란 수컷의 사냥을 금지했지만 뿔의 크기가 회복될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윈의 성 선택설도 인간이란 너무나 강한 천적 앞에서는 빛이 바래고 있는 셈이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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