田감사원장 “언론 멀리하지 않겠다”

  • 입력 2003년 12월 21일 19시 00분


코멘트
“언론을 멀리 하지 않는 열린 감사원이 되겠다.”

전윤철(田允喆·사진) 감사원장은 최근 감사원 간부들에게 언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싫다’는 식이었던 감사원의 폐쇄적인 언론 대응 방식에 급속한 변화가 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21일 “전 원장이 ‘감사원 기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언론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면서 활발한 언론정책 및 홍보 활동을 펼칠 뜻을 내비쳤다.

먼저 감사원은 2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본관 1층에 있던 12평짜리 기자 브리핑 룸을 25평으로 대폭 확대했다. 언론사용 부스 10개와 브리핑 테이블 8개, 초고속통신망도 함께 설치했다. 일부 간부들은 기자실 확대에 반대했으나 전 원장이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외형적인 변화보다 더 눈에 띄는 건 언론에 대한 감사원의 대응 태도의 변화다.

전 원장은 최근 일부 간부에게 “현장에 가서 힘들게 감사해 적발하는 게 몇 건이나 되느냐. 감사 계획이 미리 언론에 보도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70∼80%의 감사효과는 거두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그간 비공개로 해온 감사 안건 가운데 주요 사안은 ‘감사예고-중간발표-결과발표’ 등 3단계에 걸쳐 언론에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그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발표된 감사결과에 관해 물어보려 해도 담당 직원이 출장 갔다거나 자리에 없다는 답변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하자, “앞으로는 직접 국장급 간부에게 전화해서 물어봐라. 그렇게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민생 현안과 밀접한 사안은 해당 업체의 이름이나 관련자의 실명도 적극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기자들에게 “감사원 문제뿐만 아니라 각종 현안에 대해 열린 토론회를 해보는 건 어떠냐”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어 감사원이 내년 초 착수할 금융감독 특감과 관련, “이상적인 감사 결과의 도출을 위해 언론과 전문가의 얘기도 듣겠다”고 약속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