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서 태어난 사람은 없잖아요. 어머니는 자식 된 우리 모두의 이야기지요.”
이씨가 ‘어머니’에 눈을 돌린 것은 1998년 자신의 어머니를 떠나보낸 것이 계기였다. 그의 어머니는 ‘자다가 정갈한 모습으로 저승길을 가겠다’고 되뇌곤 했는데, 팔순이 되던 해 어느 날 밤 그 소원대로 떠났다. 어머니 생전에 결혼도 하지 않고, 바쁘다는 핑계로 살갑게 모시지도 못한 ‘미련퉁이’ 막내딸은 그때 ‘세상의 모든 미련한 자식들의 이야기’를 방송에 담겠다고 결심했다.
이씨는 방송을 준비하면서 취재원들과 함께 많이 울었다. “자식들은 하나같이 똑같아요. 어머니를 보내고 나서야 ‘내가 왜 그랬을까’ 하며 가슴을 찧죠.”
이씨는 18년간 사람, 그것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고집해 왔다. 1997년 아시아태평양방송연합(ABU) 대상을 수상한 ‘KBS 일요스페셜 성덕바우만’, 한국방송작가상 수상작인 ‘TV 동화 행복한 세상’ 등이 이씨의 대표작.
“배운 게 많은 사람들,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자신을 과장하고 미화하죠. 추한 모습을 감추기 때문에 진실을 캐내기 힘들어요. 그렇지만 하루하루 먹고 사는 데 급급한 사람들은 그렇게 꾸밀 틈이 없거든요.”
‘어머니가 있는 풍경 2’를 출간하기 위해 또 다른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찾아다니고 있는 이씨는 ‘슬로 푸드(Slow Food)’ 마을을 만드는 게 또 하나의 꿈이다. 그는 “제대로 길러서 제대로 먹고, 그렇게 살아가는 게 사람다운 삶”이라고 말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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