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리비아의 선택’ 직시해야

  • 입력 2003년 12월 21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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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WMD)를 전면 포기하고 조건 없이 국제사찰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리비아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비참한 최후를 보고 그 같은 단안을 내렸을 것이다. ‘테러수출국’ 중 하나였던 리비아의 이번 조치로 미국이 범세계적으로 추진해 온 반(反)테러 정책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이제 남은 국가는 북한뿐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전화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지도자와 똑같은 생각을 갖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라크와 리비아에 이어 미국의 다음 목표는 북한이 될 것임을 분명히 한 말이다.

리비아가 한 것처럼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미국은 리비아에 약속했듯이 북한에 대해서도 체제를 보장하고 경제 지원을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끝까지 핵 폐기를 거부한다면 북한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북한 지도부가 그런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일단은 대화가 재개되는 것이 중요하다. 가까운 시일 안에 2차 6자회담이 열리기는 어려워졌지만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참가국들의 개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도 엊그제 북한이 고집해 온 동시행동 원칙도 협상이 가능하다며 전보다 한결 유연해진 자세를 보였다.

그렇다면 이제 북한이 대답할 차례다. 북한이 진정 파국을 원치 않는다면 더 시간을 끌지 말고 회담에 응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이라크가 아닌 ‘리비아의 길’을 따르도록 설득하고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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