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성장호르몬’ 사용규제 완화될까

  • 입력 2003년 12월 21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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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신장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스트레칭을 자주 하면 성장호르몬 분비를 유발해 키를 키우는 효과가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최종 신장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스트레칭을 자주 하면 성장호르몬 분비를 유발해 키를 키우는 효과가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키 작은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희소식을 하나 발표했다. 갑상샘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이나 영양결핍, 유전질환 등 특별한 문제를 가진 경우에만 성장호르몬 치료를 허가했던 그 동안의 정책을 완화한 것.

FDA는 이런 질환이 없어도 키가 작다면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락했다. 이는 키와 관련한 성장호르몬의 효능에 대한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FDA의 이 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의사들은 성장호르몬의 역할에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성장호르몬 규제 완화될까=FDA는 1995년 성장호르몬결핍증, 만성신부전, 터너증후군 등 세 가지 경우에 한해 성장호르몬 치료를 허가했다.

그러나 최근 정책을 완화하면서 이런 질환이 없어도 △동일한 연령대의 평균 신장에 비해 표준편차가 2.25 정도 떨어져 있고(대략 평균 신장보다 7∼8cm 작을 경우) △부모의 평균 신장 백분율의 표준편차가 2 이하이며 △아이의 키가 자라는 속도가 뼈가 자라는 속도보다 25% 가량 뒤처져 있으며 △성장호르몬이 부족하다는 임상적 증세가 있을 때에는 성장호르몬 치료를 허가했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진동규 교수는 “국내에서는 성장호르몬 치료에 제한이 많다”고 말했다. 우선 보험혜택을 받으려면 5세가 돼야 하며 △뼈의 나이가 여자는 15세 미만, 남자는 16세 미만 △치료 시작 시점에 신장이 전체의 3% 미만에 해당할 때 △2가지 이상의 성장호르몬 유발검사에 반응이 떨어질 때라는 조건이 붙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규제완화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불 것으로 의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성장호르몬으로 내 아이도 클까=키가 작은 아이 중 30%는 성장호르몬을 써도 유전적 이유 때문에 키가 커지지 않는다. 또 키가 커진다 해도 보통 최대 10cm를 넘기기는 힘들다. 이 경우도 2년 정도 매일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가능한 얘기다.

아이들의 키를 좌우하는 요소의 75%는 부모의 유전자다. 보통 부모의 평균키에서 남자는 6.5cm를 더하고 여자는 6.5cm를 뺀 수치에서 5cm 위아래가 아이들의 예측 신장이 된다. 환경적 요인은 25%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콩 심은 데 콩 나고 키다리 집에 키다리가 생기는 셈이다.

남자는 평균 17세, 여자는 15세 정도가 되면 성장판이 닫혀 키가 자라지 않기 때문에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더라도 그 이전에 해야 한다. 만약 이 나이가 지나서 성장호르몬을 맞으면 키는 안 크고 손발만 두꺼워진다. 이를 ‘말단비대증’이라 부른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1년 이상 해야 하며 비용은 1000만원 정도다. 원자력병원 소아과 임중섭 과장은 “성장클리닉을 찾는 아이 100명 중 실제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한 명 정도”라며 “그보다는 고른 영양섭취와 운동으로 성장 잠재력을 살리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키가 커져도 문제?=키를 키우려는 조급증 때문에 성장호르몬이 아닌 성호르몬을 투입하면 부작용이 적지 않다.

최근 1년간 성장 치료를 받은 초롱이(가명·9)의 사례를 보자. 초롱이는 엄마 A씨가 유명한 성장클리닉과 한의원을 데리고 다닌 덕택에 최근 1년 사이 무려 15cm나 키가 컸다. 그동안 들인 돈만 500만원에 이른다.

A씨는 초롱이가 너무 급속하게 키가 자란 때문에 혹시 부작용은 없을까 하는 생각에 대학병원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의사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 의사는 “어쩌면 키가 더 자랄 수 있는 가능성을 봉쇄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장호르몬이 아닌 성호르몬을 집중 투여한 게 문제가 된 것이다.

실제 초롱이의 뼈 나이를 측정한 결과 12세였다.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뼈가 3년 일찍 성장한 것. 보통 사춘기 이전 아이들은 매년 평균 5cm 가량 자란다. 이를 바탕으로 추정한다면 초롱이는 12세에 지금보다 20cm는 더 크게 된다. 결국 5cm의 키가 더 자랄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버린 셈이다.

성호르몬을 조기에 투입하면 뼈가 일찍 성장해 성장판이 닫혀 버릴 수도 있다. 이 경우 당장은 아이가 급속하게 자랄 수 있지만 사춘기도 빨리 끝나 버린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스트레칭 ‘쭉∼쭉’ 아이키가 ‘쑥∼쑥’▼

“농구를 하면 아이의 키가 커진다던데….”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내 아이가 왜소한 부모는 답답하다. 이대로 키가 자라지 않고 멈춰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사실 아이의 신장은 유전적 요인이 훨씬 크다. 그러나 20∼30%는 음식, 운동 등 환경으로 인해 보충이 가능하다.

▽농구하면 커지고 유도하면 작아진다?=농구나 배구를 하면 키가 커지고 유도나 역도, 태권도 등의 투기종목을 하면 키가 작아진다는 것은 틀리다. 농구나 배구 선수 중 키 큰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런 오해를 부른 것.

스트레칭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유발한다. 운동을 하면 키가 커진다는 것도 바로 이 스트레칭 효과 때문이다. 운동 종목마다 사용되고 강화되는 근육이 다르지만 스트레칭 효과는 거의 같다. 따라서 어떤 운동을 하느냐보다 얼마나 지속적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키 크는 체조가 키를 키운다?=TV 어린이 프로를 보다 보면 아이들의 키를 키우는 체조가 자주 나온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이 역시 스트레칭 효과일 뿐 키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들이 체조를 하는 데 재미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따라 하길 원한다면 심리적 안정감이 생겨 좋은 성장 조건이 될 수는 있다. 이 경우 부모가 함께 체조를 하면 더욱 좋은 조건이 된다. 아이들을 눕혀 다리를 주물러 주는 것도 직접 도움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서적으로 안정돼 좋은 성장 조건이 될 수는 있다.

▽서양인의 식단으로 키를 키운다?=빵과 우유, 고기를 먹으면 키가 커진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가난하고 못 먹었던 과거에는 이런 식사를 하면 키가 커졌을 것이다. 과거에 한국인의 키가 작았던 것은 충분한 영양을 얻지 못해 성장 관련 유전자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영양 과잉이 우려되기 때문에 비타민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 모든 영양소를 고루 섭취해야 한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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