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발 두 손 든 리비아…북한의 선택은?

  • 입력 2003년 12월 21일 16시 17분


코멘트
반미(反美) 항전이라는 기치를 내세우던 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찰을 받기로 함으로써 핵개발에 박차를 가해오던 북한이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리비아마저 미국에 손들고 나서는 상황은 북한 지도부에겐 더없는 부담을 안길 전망이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체포됐고, 이란도 18일 제네바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임시사찰을 받아들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부속의정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언급한 북한, 이란, 이라크 가운데 북한만이 유일한 골칫거리로 남게됐다. 게다가 '악의 축' 바깥에 비껴있던 리비아마저 백기(白旗)를 들고 투항함으로써 다음 차례가 북한이라는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결국 북한으로서는 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이란과 리비아가 채택한 '선순환' 또는 지도자의 체포로 이어진 이라크의 '악순환' 고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

정부 당국자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도 리비아와 같은 생각을 갖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한 것은 북한이 앞으로 이라크냐 리비아 모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임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란과 리비아의 경우 WMD 문제로 국제사회와 계속 불협화음을 이끌어냈지만, WMD 문제 해결에 호응하고 나섬으로써 국제사회에 자연스럽게 편입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이라크의 경우 국제사찰에 저항하다 전쟁에 직면한 뒤 후세인 대통령이 체포되는 수모까지 겪은 악순환 모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북한이 앞으로 어떤 모델을 선택하는지는 향후 6자회담에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6자회담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의 반미항전 '동지' 국가들이 차례로 손을 들고 나서면서 고립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사실상 유일한 달러박스인 미사일 수출 시장이 하나씩 사라지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대북지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은 북한 지도부에게 선택지를 제한하는 효과를 내는 것.

박영호(朴英鎬)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압박을 통한 후세인 체포와 리비아의 투항을 지켜본 북한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북한으로서는 시간을 끌면서 핵을 손에 넣으려는 유혹도 갖겠지만 어쩔 수 없이 6자회담을 통한 대화국면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반대의 길을 선택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란과 리비아가 결국 미국에 손을 들고 나선 이유가, 미국에 대한 대항수단인 핵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고, 핵개발에 집중하고 나선다면 다시 한번 한반도의 위기고조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은 아직은 후세인 체포 이후 내부결속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라크 상황에 대해 TV를 통해 상세히 보도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북한은 아직은 '흔들리지 않고 갈길을 가겠다'며 선전전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결국 선택의 몫은 북한 지도부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최근 극적인 상황 변화를 겪은 이란 이라크 리비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향후 대응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우선 2차 6자회담 개최 및 접근방향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정부는 그동안 2차회담에서 합의할 공동문안 작성과 조기개최 두가지 흐름 모두에 무게를 실었지만, 핵문제 해결의 탄력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조기 개최에 무게를 싣고 회담에 임하는 문제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